그 리 고....♡/문 화 계 소 식

노천명(盧天命)

moon향 2013. 9. 13. 10:05

 

노천명(盧天命)

 

 

:저자에 대하여:

 

한국의 시인. 황해도 장연 출생이다. 진명학교(進明學校)를 거쳐, 이화여전(梨花女專) 영문학과를 졸업하였다.

그녀는 이화여전 재학때인 1932년에 시 『밤의 찬미』,『포구의 밤』등을 발표하였다.

그후 『눈 오는 밤』,『망향』등 주로 애틋한 향수를 노래한 시들을 발표했다.

널리 애송된 그의 대표작 『사슴』으로 인해 '사슴의 시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독신으로 살았던 그의 시에는 주로 개인적인 고독과 슬픔의 정서가 부드럽게 표현되고 있으며,

전통 문화와 농촌의 정서가 어우러진 소박한 서정성, 현실에 초연한 비정치성이 특징이다.

그러나 태평양 전쟁 중에 쓴 작품 중에는 「군신송」등 전쟁을 찬양하고 전사자들을 칭송하는 선동적이고 정치적인 시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1957년 12월 10일 유명을 달리 하였다.

 

 

: 작품 읽기:

 

 

 

「사슴의 노래」

 

 

하늘에 불이 났다.

하늘에 불이 났다.

 

도무지 나는 울 수 없고

사자같이 사나울 수도 없고

고운 생각으로 진여 씹을 것은 더 못 되고

희랍적인 내 별을 거느리고

오직 죽음처럼 처참하다

가슴에 꽂았던 장미를 뜯어버리는

슬픔이 커 喪章같이 처량한 나를

차라리 아는 이들을 떠나

사슴처럼 뛰어다녀보다

 

고독이 城처럼 나를 두르고

캄캄한 어둠이 어서 밀려오고

달도 없어주.

눈이 나려라 비도 퍼부어라

가슴의 장미를 뜯어버리는 날은

슬퍼 좋다

하늘에 불이 났다.

하늘에 불이 났다.

 

 

 

「고독」

 

변변치 못한 화를 받던날

어린애처럼 울고 나서

고독을 사랑하는 버릇을 지었습니다.

 

번잡이 이처럼 싱크러울때

고독은 단 하나의 친구라 할까요.

 

그는 고요한 사색의 호숫가로

 

나를 데리고 가

내 이지러진 얼굴을 비추어 줍니다.

 

고독은 오히려 사랑스러운 것

함부로 권할 수 없는 것

아무나 가까이 하기 어려운 것인가봐요.

 

 

「사슴」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데 산을 바라 본다.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에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애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행복하겠소.

 

 

「五月의 노래」

 

보리는 그 윤기나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숲 사이 철쭉이 이제 가슴을 열었다.

 

아름다운 전설을 찾아

사슴은 화려한 고독을 씹으며

불로초 같은 오시의 생각을 오늘도 달린다.

 

부르다 목은 쉬어

산에 메아리만 하는 이름---.

 

더불어 꽃길을 걸을 날은 언제뇨

하늘은 푸르러서 더 넓고

마지막 장미는 누구를 위한 것이냐.

 

하늘에서 비가 쏟아져라

그리고 폭풍이 불어다오

이 오월의 한낮을 나 그냥 갈 수 없어라.

 

 

「女人」

 

빨래해서 손질하곤 이어 또 꿔매는 일

어린 것과 그이를 위하는 덴 힘든 줄 모르오

오랜만에 나와 거닐어보는 지름길엔

어느새 녹음이 이리 지텄오.

 

생각하면 꿈을 안고 열에 떴든 시절도 있어

이런 델 떠오르는 그날들---

연지빛 야회복처럼 현황했으나 실로 싱거웠오

한 어머니로 여인은 8월의 태양처럼 믿다워라.

 

 

< 출처 - 활짝 웃는 독서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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