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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 차표 - 이안

moon향 2015. 10. 29. 11:12

 

 

단풍잎 차표

                 - 이안

 

마당가 어린 소나무가

오소소소 떨며

겨울로 가는 버스를 기다립니다

 

나무들은 가으내

겨울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알록달록

단풍잎 차표를 마련하느라 바빴답니다

 

어린 소나무도 겨드랑이에

노란 솔잎 차표를

두둑이 마련해 두었습니다

 

겨울로 가는 버스는

손님이 누구든

요금을 한 푼도 깎아 주지 않으니까요

 

어제오늘 바람이 나무들을 되게 흔드는 것은

단풍잎 차표를 조금씩

덜 받았기 때문입니다

 

땅에 떨어진 단풍잎 차표를

한 장 한 장 세어 보며

겨울로 가는 버스가 저기ㅡ 옵니다

 

<글자동물원> 동시집 56, 57쪽 (문학동네, 2015)

 

 

 

  남편이랑 전라북도 순창 강천산에 다녀왔습니다. 남녘의 단풍은 11월 초가 되어야 절정이지만, 며칠 전에 내린 가을비 때문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꽤 많더군요. 귀여운 다람쥐도 세 마리나 보고, 병풍 폭포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보라도 실컷 보았답니다. 붉게 물든 단풍이 제아무리 화려해도, 찬 바람이 불면 습기를 잃고 퇴색한 이파리로 땅에 떨어지지요. 단풍과 낙엽! 세상사에는 늘 시작과 끝이 있음을 자연이 알려주네요. 낙엽이 마치 막을 내린 연극처럼 생각되어 눈물 몇 방울 흘리기도 해요. 바스락대는 낙엽 위를 뛰어다니며 깔깔깔 웃는 꼬마에게는 단풍잎이 마치 차표처럼 여겨졌나 봅니다. 동심이 한없이 맑습니다. 때마침 소풍을 나온 초등학생들이 동그랗게 모여 수건돌리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옛날 생각이 마구 났어요. 30년도 지난 국민학교 교과서였던가... 버찌 한 움큼으로 가게에 가서 사탕을 사려 했던 외국 꼬마 이야기가 문득 떠오르네요. 겨울로 가는 버스는 요금을 한 푼도 안 깎아준다고 하니, 단풍잎을 많이 모았어요. 제일 빨간 나무 아래서. The Outdoor Lamp  (톨게이트 비용은 낼 수 없었지만^^moon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