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금줄
- 이금주
비밀의 문이 열렸다
어느 전생에선가 마주쳤을 인연의 강 속으로 달이 떴다
젖은 달빛에서 간간이 울음소리가 났다
울음은 지하 보일러실 회색 벽에 묻혔다가
다시 표면으로 떠올랐다
소리를 따라 내려가는 달의 길
젖무덤에 포개져 고물거리는
실루엣의 어스름을 조금씩 털어냈다
조심스레 붙박여 있던 거미줄도
빛이 묻어나는
정갈한 바람만을 통과시켰다
은사시나무 유난히 하얀 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지하실 쪽창
달의 문양 사이사이 붉은빛이 얼비치며
탄생의 이유를 알고 있을
달빛금줄 걸렸다
ㅡ『유심』(2014,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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