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큼한 군자란
한 번도 꽃을 피운 적이 없었지
십여 년을 그렇게
햇살 가득한 어느 봄날
너의 튼실한 잎사귀마저 눈에 거슬렸어
화분에 물을 주며
이번 이사 갈 때는 버리고 갈 거라고 말했지
제구실을 못한다고
입에 가시를 달고 콕콕 찔렀지
해마다 잘 피는 꽃들을 들먹이면서
그 소리를 들은 것일까
얼마 후
화분에 꽃대가 부러지도록 꽃망울이 맺혔어
부러질까 품에 안고 이사를 했지
미안함이란 연고를 발라서
새집에 온 후, 보란 듯 활짝 피었지
낯선 집을 지켜주며
보상이라도 하듯 늦도록 봄을 밝혔어
분명, 너는
귀 닫고 사는 내 남편을 닮은 게야
필요한 말만 알아듣는
엉큼한 군자란
- '이규자의 세상사는 이야기' 블로그에서 펌 (http://blog.daum.net/lkj5671/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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