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 <맑고 향기롭게> 중에서
산중에 외떨어져 살고 있지만 나는 늘 모든 존재와 함께 있다.
어느 한 순간도 나 자신이 만물과 분리되어 있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
사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떨어져 지낼지라도
사람은 서로 관계를 이루면서 살지 않을 수 없는 사회적 존재다.
반드시 어떤 만남에 의해서만 인간은 성장하고 또 형성된다.
만난다는 것은 곧 눈뜸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세계가 새롭게 열리고 생명의 줄기가 파랗게 용솟음친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비로소 인식하는 것이다.
만남에는 자기를 버리는 그런 아픔을 치러야 한다.
사람은 혼자 힘으로 인간이 될 수는 없다.
만남에 의해서만 인간이 형성되는 것이다.
선입견에서 벗어나 맑고 깨끗한 열린 눈으로 바라본다면
시들한 관계의 뜰에 생기가 돌 것이다.
내 눈이 열리면 그 눈으로 보는 세상도 함께 열리는 법이다.
무엇이든지 마음의 본성에 따른 행동은 즐겁고 그에 거슬린 짓은 즐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기왕에 내 인생을 내가 살 바에야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사람은 어디서 무슨 일에 종사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살건 간에
자기 삶 속에 꽃을 피우고 물이 흐르도록 해야 한다.
저마다 지금 바로 그 자리가 자기 삶의 현장이 되어야 한다.
남의 길을 가지 않고 자기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만이 무위진인이다.
무엇이든 차지하고 채우려고만 하면 사람은 거칠어지고 무디어진다.
맑은 바람이 지나갈 여백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함께하는 이웃을 생각하지 않고
저마다 자기 몫을 더 차지하고 채우려고만 하기 때문에 갈등과 모순과 비리로 얽혀 있다.
개인이나 집단이 정서가 불안정해서 삶의 진실과 그 의미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은 스스로를 정화하면서 가장 자연스럽게 존재한다
우리 인간도 대인 관계 등에 억지나 과시나 허세없이 지극히 자연스러워야 한다.
이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그 생명을 유지해 간다.
뿌리는 대지로부터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그 보상으로 꽃과 열매로써 대지에 되돌려 준다.
받기만 하고 주지 않으면 그 생명을 지속할 수 없는 것이 우주의 질서요, 순간의 법칙이다.
낮은 밤이 받쳐 주기 때문에 밝고, 밤은 낮이 비워 주기 때문에 그 자리에 어둠을 이룬다.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진리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말과 생각이 끊긴 데서 새로운 삶이 열린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산마루를 바라보고 있으면,
내 속 뜰에서는 맑은 수액이 흐르고 향기로운 꽃이 피어난다.
혼자서 묵묵히 숲을 내다보고 있을 때 내 자신도 한 그루 정정한 나무가 된다.
아무 생각없이 빈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고 있으면
그저 넉넉하고 충만할 뿐 결코 무료하지 않다.
이런 시간에 나는 무엇엔가 그지없이 감사드리고 싶어진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맑고 잔잔한 이런 여백이 없다면
내 삶은 탄력을 잃고 이내 시들해지고 말 것이다
삶의 향기란 맑고 조촐하게 사는 그 인품에서 저절로 풍겨 나오는 기운이라고 생각된다.
향기 없는 꽃이 아름다운 꽃일 수 없듯이 향기 없는 삶 또한 온전한 삶일 수 없다.
모자람이 채워지면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을 알지만 넘침에는 고마움과 만족이 따르지 않는다.
월간 '맑고 향기롭게' 문의 → http://www.clean94.or.kr/CmsHome/noti_03.a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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