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
- 문태준
그대는 엎질러진 물처럼 누워 살았지
나는 보슬비가 다녀갔다고 말했지
나는 제비가 돌아왔다고 말했지
초롱꽃 핀 바깥은 말하려다 나는 그만두었지
그대는 병석에 누워 살았지
그것은 수국(水國)에 사는 일
그대는 잠시 웃었지
나는 자세히 보았지
먹다 흘린 밥알 몇 개를
개미 몇이 와 마저 먹는 것을
나는 어렵게 웃으며 보았지
그대가 나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으므로
그대의 입가에 아주 가까이 온
작은 개미들을 계속 보았지
문태준 (1970~ )
시집으로 [가재미], [먼 곳], [그늘의 발달], [맨발], [수런거리는 뒤란] 등이 있으며, 산문집 [느림보 마음] 등이 있다.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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