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피리소리
- 구재기
바람이 불어오자
대숲의 대나무들은
일제히 몸을 굽혔다
몸을 굽힐 때마다
우둑우둑 마디 굵어지고
마디 사이 속 비우는
피리소리가 아프게 들려왔다
바람 앞에서도 한평생
푸르게 살아올 수 있는 것은
저토록 몸을 굽혀
마디마디에서 울려나오는
아픈 피리소리 때문이 아닐까
바람은 스쳐가는 것이지만
대나무는 항상 제 자리에 선다
바람 지나는 동안
마음을 다스리는 종교처럼
몸속 마디마디 비워내며
대나무들은 마냥 피리소리를 냈다
- 2014년 8월호 [현대시학] 제 543호
Secret of the Wood - Vince Mad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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