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대숲, 피리소리 - 구재기

moon향 2014. 8. 23. 20:43

 

 

대숲, 피리소리

 

 

           - 구재기

 


   바람이 불어오자

   대숲의 대나무들은

   일제히 몸을 굽혔다

   몸을 굽힐 때마다

   우둑우둑 마디 굵어지고

   마디 사이 속 비우는

   피리소리가 아프게 들려왔다


   바람 앞에서도 한평생

   푸르게 살아올 수 있는 것은

   저토록 몸을 굽혀

   마디마디에서 울려나오는

   아픈 피리소리 때문이 아닐까


   바람은 스쳐가는 것이지만

   대나무는 항상 제 자리에 선다

   바람 지나는 동안

   마음을 다스리는 종교처럼

   몸속 마디마디 비워내며

   대나무들은 마냥 피리소리를 냈다

 


- 2014년 8월호 [현대시학] 제 543호

 

 

 

 

Secret of the Wood - Vince Mad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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