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봄비 오면 봄비

moon향 2016. 4. 3. 15:40

 

 

 

 

봄비 - 김소월(1902~1934)

 

 

어룰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 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으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어룰 : '얼굴'의 평안도 방언

 

   

 

 

봄비 - 박목월(1915~1978)

 

 

조용히 젖어드는
초가지붕 아래서
온종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월곡령 삼십 리
피는 살구꽃
그대 사는 마을이라
봄비는 와서

젖은 담 모퉁이
곱게 돌아서
모란 움 솟으랴
슬픈 꿈처럼.

 

     

 

 

비옷을 빌려입고 - 김종삼(1921~1984)

 

 

온종일 비는 내리고

가까이 사랑스러운 멜로디,

트럼펫이 울린다

 

이십팔 년 전

선죽교(善竹橋)가 있던

비 내리던

개성(開城),

 

호수돈 여고생에게

첫사랑이 번지어졌을 때

버림 받았을 때

 

비옷을 빌려입고 다닐 때

기숙사에 있을 때

기와 담장 덩굴이 우거져

온종일 비는 내리고

사랑스러운 멜로디 트럼펫이

울릴 때

 

     

 

 

봄비 - 이수복(1924~1986)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오것다


푸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내 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 애들 짝하고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그 봄비   박용래(1925~1980)

                

오는 봄비는 겨우내 묻혔던 김칫독 자리에 모여 운다  

오는 봄비는 헛간에 엮어 단 시래기 줄에 모여 운다  

하루를 섬섬히 버들눈처럼 모여 서서 우는 봄비여  

모스러진 돌절구 바닥에도 고여 넘치는 이 비천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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