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놓치다
(청산옥에서5)
- 윤제림
내 한때 곳집 도라지꽃으로
피었다 진 적이 있었는데,
그대는 번번이 먼 길을 빙 돌아다녀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내 사랑!
쇠북 소리 들리는 보은군 내속리면
어느 마을이었습니다.
또 한 생애엔,
낙타를 타고 장사를 나갔는데, 세상에!
그대가 옆방에 든 줄도
모르고 잤습니다.
명사산 달빛 곱던,
돈황여관에서의 일이었습니다.
『사랑을 놓치다』 중에서
윤제림 (본명 : 윤준호) 1959년 충북 제천 출생. 1987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삼천리호 자전거』,『미미의 집』,『황천반점』,『사랑을 놓치다』,『그는 걸어서 온다』,『새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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