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 이은림
동물원에서 악어로 일하고 있는 악어*는
귀가 후, 과연 무엇이 되는가
십 분 전에 뜨거웠던 커피는
십 분 후 고스란히 내가 되었다
커피를 마시기 전의 나와
커피로 가득 찬 나는 어디서 헤어졌던가
지금 나는 이틀 후의 풍경 앞에 서 있다
이틀 전의 나는 이틀 전의 너에게
히말라야시다의 표정에 대해 물었다
오랫동안 히말라야시다로 일했던 저들의 표정은
히말라야시다가 아닌 지금도 유효한가
무지막지한 제스처로
히말라야시다의 표정들을 토막내는 사람들
이곳에서 사람으로 불리는 것은
저곳에서 나무를 벗어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사흘 후의 창문은 사흘 후 나에게
또 어떤 감정을 가르칠 것인가
동물원에서 악어로 일하던 악어는
악어가 아닌 척 천천히 입을 벌린다
* “동물원에서 악어로 일하고 있습니다.”—러시아 애니메이션 〈체브라시카〉에서 악어 게나의 대사.
《포지션》2014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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