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라이너 마리아 릴케
세지도 말하지도 말고 언제나
네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주어라. 네가 침묵해도,
네 아름다움이 너를 위해 ‘나는 존재한다’ 말할 테니.
그러면 너의 아름다움은 수천 배의 의미가 되어
마침내 모든 이에게로 전해지리라.
이 시를 읽자마자 이렇게 중얼거리게 됩니다. ‘나는 욕심쟁이가 아니야. 내게 아름다움이 있다면 물론 아낌없이 줄 생각이야. 그렇지만 도대체 나의 어디에 아름다움이 있나?’ 내 안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면 아주 많은 분노와 쉽게 감출 수 없는 슬픔과 소량의 자만심뿐. 내 어딘가에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면 나는 그것을 나무에 깃든 푸른 새처럼 세상으로 날려보낼 용의가 있답니다. 맞아요. 맞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아름다움은 그저 아름다움이 아닙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분노, 슬픔, 절망일 테지만 그는 드디어 자신의 악기를 찾았군요. 그는 우리를 향해 분노이자 아름다움인 것, 슬픔이며 아름다움인 것, 한때 절망이었던 아름다움들을 날려 보냅니다.
진은영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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