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가 어울리지 않는 시대
물론 나는 알고 있다 행복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산다 그의 목소리는 귀에 거슬리지 않고 그의 얼굴은 깨끗하다
정원의 나무가 기형적인 것은 토양이 나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무를 비난한다 불구자라고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푸른 조각배나 해협의 한가로운 돛을 나는 보지 않는다 내가 보는 것은 어부들의 닳아질대로 닳아진 어망뿐이다 왜 나는 사십대에 허리가 구부러진 토지없는 농부에 대해서만 노래하는가 처녀들의 유방은 옛날처럼 따뜻한데
나의 시에 운율을 맞추면 나에게는 그것이 겉멋을 부리는 것처럼 생각되기까지 한다 나의 내부에서 싸우고 있는 것은 꽃으로 만발한 사과나무에 대한 도취와 저 칠쟁이의 연설에 대한 분노이다 그러나 후자만이 나로 하여금 당장에 펜을 잡게 한다
* 역자 주 : '칠쟁이'는 히틀러를 말하는 듯 하다.
- 김남주 역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도서출판 남풍, 1988
| |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 브레히트
나도 안다, 행복한 자만이
사랑받고 있음을, 그의 음성은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잘생겼다.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가
토질 나쁜 땅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으레 나무를
못생겼다 욕한다.
해협*의 산뜻한 보트와 즐거운 돛단배들이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내게는 무엇보다도
어부들의 찢어진 어망이 눈에 띌 뿐이다.
왜 나는 자꾸
40대의 소작인 처가 허리를 꼬부리고 걸어가는 것만 이야기하는가?
처녀들의 젖가슴은
예나 이제나 따스한데.
나의 시에 운을 맞춘다면 그것은
내게 거의 오만처럼 생각된다.
꽃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과
엉터리 화가**에 대한 경악이
나의 가슴 속에서 다투고 있다.
그러나 바로 두 번째 것이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다.
* 스웨덴과 덴마크 사이의 해협
** 히틀러를 지칭
출전 : <살아남은 자의 슬픔>, 김광규 옮김, 한마당, 198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