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소주병, 놀랜 강 - 공광규

moon향 2014. 9. 2. 12:00

 

 

소주병 -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끝에 쪼그려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놀랜 강 - 공광규

 


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모래밭은 몸에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은 지문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남기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관을

꾹꾹 찍고 돌아오는데

그래서 강은 수천 리 화선지인데

수만 리 비단인데

해와 달과 구름과 새들이

얼굴을 고치며 가는 수억 장 거울인데

갈대들이 하루 종일 시를 쓰는

수십억 장 원고지인데

그걸 어쩌겠다고?

쇠붙이와 기계소리에 놀라서

파랗게 질린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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