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칼럼] 세월호와 '나'를 인양하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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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동거차도와 대마도, 하조도, 관매도, 병풍도 사이 맹골수도에 침몰해 있다는 말도 이젠 거짓말 같다. 세월호는 이미 국정원 어느 분실 깊숙이 결박당해 있고,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내에 수장되어, 청와대 지하 벙커 어느 곳에 은닉되어 있는 것 아닌가. 감사원의 감사 기록과,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검찰 조사 기록과 법원의 공판 기록을 다 뒤져 보면 볼수록 세월호의 정확한 침몰 위치는 오히려 더 흐릿해져 간다. 도대체 세월호는 어디에 가라앉아 있는 것일까. 국민들과 유가족들을 향한 '국회의 고유 입법 권한엔 접근하지 말라'는 의원 나리들의 엄포 아래 가라앉아 있는 것은 아닌가. 800조원 넘는 사내유보금을 두고도 사람들이 돈 주머니를 열지 않아 내수 활성화가 안 된다면서 세월호를 빨리 잊으라는 재벌들의 압력 속에 가라앉아 있는 것은 아닌가. 덩달아 장사가 안된다 엄살떠는 대형마트와 체인이라는 '갑' 아래에서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작은 세월호, '소상인'들의 푸념 속에 가라앉아 있는 것은 아닌가.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교통사고 밑에, 근원을 파헤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언론사들의 적당한 기사들 아래 가라앉아 있는 것인가. 그렇게 세월호는 우리 사회 곳곳에 가라앉아 있는 것은 아닌가. 진단만 하고 수술칼은 들지 않는 지식인들의 안전한 서재 아래 가라앉아 있는 것은 아닌가. 수없이 뒤통수를 치는 정부나 국회만 쳐다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나약함 아래 가라앉아 있는 것은 아닌가. 수많은 추모 행렬을 하나의 거대한 죽비로 만들어 이 사회의 망상들과 기만을 내려치지 못하는, 무수한 시민들의 추모 대열을 튼튼한 동아줄로 묶어 세월호의 진실을 우리 스스로 인양하지 못하는 한국사회운동의 무능함 아래 가라앉아 있는 것인가. 무엇보다 세월호는 내 마음 속에 침몰해 있는 것 아닐까. 할 만큼 해서 이젠 그만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내 마음. 더 울어서 뭐할 거냐는 마음. 나도 이젠 내 일을 해야 할 거 아니냐는 가난한 마음. 아무리 봐도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좌절감. 추모대회에 나갔다가 갈비뼈도 부러져보고, 연행도 당해보고, 이젠 재판도 받고 있으니 나는 이제 그만 세월호의 절규로부터 탈출해도 되는 것 아니겠냐는 비겁한 생각. 10년, 20년 후쯤 정권 바뀌면 꺼내줄게 가만히 있으라는, 또 다른 계기가 찾아오면 그때 다시 소리쳐 줄게 그냥 그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으라는 우리들의 깊은 체념 아래 침몰해 있는 것은 아닌가. 가라앉아 있는 것은 아직도 우리 곁으로 못 돌아온 저 아홉 명의 실종자가 아니라 슬프지만 우리 모두 아닌가. 이 사회와 이 국가가 가라앉아 있는 것 아닌가. 어떤 미래도 희망도 없이 오늘도 비도덕적이고 비인간적인 선장과 선원들의 지휘 아래 잘못된 항로를 향해가고 있는 이 국가 아닌가. 그런 우리 모두와 이 사회를 인양하지 않고 어떤 세월호를 인양할 수 있을까? 내 스스로의 비겁과 나태와 좌절과 패배감을 인양해 이 죽음의 선실을 박차고 새로운 역사의 갑판 위로 뛰어 오르지 않고 어떻게 세월호를 인양할 수 있을까? 도대체 저 무책임한 선장과 선원들을 그냥 두고 어떻게 세월호를 인양할 수 있을까? |
송경동 시인의 희망버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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