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서 '스터디'한다? 서글픈 취준생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머니투데이 윤준호 기자 입력 2015.10.21. 09:10
술집에서 청춘들이 술은 안 마시고 공부를 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 속에 해야 할 스터디(공부모임)는 늘어만 가는데 삼삼오오 모일 만한 마땅한 장소가 부족해서다. 술집은 낮 동안 공실을 대관해 좋지만 남들 놀고 간 자리에서 공부하는 취준생들은 서글프기만 하다. 21일 학원가에 따르면 서울 강남·신촌·종로 일대 어학원이나 취업학원은 낮 시간대 비어있는 술집을 대관해 취업준비생(취준생)들에게 스터디 장소로 제공한다.
학원 1곳당 적게는 2~3개에서 많게는 8~9개 술집과 계약을 맺고 있다. 홀 형태 술집이 대부분이고 개인공부를 원하는 취준생에게는 룸(Room)식으로 된 술집으로 안내하기도 한다. 학원으로선 내부시설 만으로 수용할 수 없는 수강생들을 적절히 분산시킬 수 있고, 술집으로선 영업시간 외 공실 대관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상부상조다.
서울 종로구 A어학원 관계자는 "한 반에 150~200명 정도 되는 수강생 중 절반 정도가 스터디를 신청한다"며 "학원 내 스터디 공간은 한정돼 있어 술집 몇 군데에 50~60명씩 배정한다. 보조강사도 배치해 가능한 많은 수강생들이 스터디에 참여하게끔 유도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K술집 사장은 "오전 9시부터 영업을 시작하기 전인 오후 5시까지 대관하고 있다"며 "학원으로부터 일정 금액을 받지만 액수는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술집이 스터디 공간으로 등장한 것은 취준생이 많아져서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우리나라 취준생은 62만2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7만1000명 늘어난 수치다. 15~29세 청년층 실업자는 34만1000명으로 몇해째 비슷한 수준이다. 취준생이 늘어나면서 취업을 위한 스터디도 덩달아 많아졌다. 종류도 다양해져 취준생들 사이에선 '스터디가 곧 일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취준생 1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취업을 위해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도움 역시 가장 많이 얻었다고 최근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는 밝힌 바 있다. 가중되는 취업난 속에 취준생과 스터디 수는 늘어만 가는데 공부할 장소는 마땅찮다. 대학 내 스터디룸은 예약경쟁이 치열해 사용일 일주일 전부터 만실인 경우가 잦다. 매 스터디 모임 때마다 카페 또는 1시간당 2000~3000원 받는 사설 스터디룸을 이용하기도 여력 없는 취준생 입장에선 부담이다. 술집 스터디에 대해 취준생들 의견은 엇갈린다. 대다수는 술집에서까지 공부하는 현실이 서럽다고 말하지만 일부는 그마저도 감지덕지라는 반응이다. 취준생 강모씨(27)는 "술집이다 보니 조명도 어둡고 음식물 냄새도 심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바글바글 몰려드는 사람수가 거의 주말 명동 수준이었다. 한 번 참여한 뒤부터 스터디 모임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다른 취준생 안모씨(26·여)도 "전날 술집에서의 취기가 피부를 타고 느껴졌다"며 "남들 술 마시고 노는 자리에서 공부한답시고 앉아 있다 보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다"고 밝혔다.
반면 일부 취준생들은 스터디 공간이 부족하고 사설 이용료는 비싼 현실에서 학원이 스터디룸을 무료로 제공해주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취준생은 "당장 취업이 중요한 상황에서 공부하는 장소가 무슨 상관이냐"며 "도서관에서 술 마시면 도서관이 술집이 되고 술집에서 공부하면 술집이 도서관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취업난 속 스터디 열풍이 낳은 또 다른 기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스터디는 정보공유 외에도 갈수록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불안감도 함께 늘어난 취준생들이 그 정서를 나누고 해소하려는 데서 비롯됐다"며 "술집에서까지 스터디하는 모습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우울한 자화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요행 수준이 돼버린 취업 전선에서 불확실성을 없애려는 국가와 기업 등 노력이 필요하다"며 "더불어 취준생들은 과도한 스터디는 곧 비효율적인 투자임을 인식하고 실제 도움이 되는 직무역량 쌓기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 ; 머니투데이 / 윤준호 기자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5102016405664983&outli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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