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의 서재는 나를 만나는 곳이다
서재는 나를 만나는 곳입니다. 가장 나다운, 또 내가 되도록 하는 곳이 서재니까요.
서재에 들어가서 내 자리에 앉으면 ‘아, 나에게로 돌아왔다’ 이런 느낌이 들어요. 드디어 나에게로 왔다. 물론 그곳에서 원고도 쓰고, 책도 읽고. 책은 집안 곳곳에서 읽지만, 원고는 딱 한자리에서 쓰게 되거든요. 컴퓨터 앞에 앉으면, 금방 원고를 쓰게 되지는 않고 창 밖도 내다보고, 책들도 한 번 보고, 하루 일정도 살피고, 한동안 앉아 있어요. 그 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에게로 왔다.
말하자면 우리가 삶 안에, 생활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이 있고, 그 중요한 곳에 가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하잖아요. 가장이 혹은 직장을 가진 엄마가 직장에 나가는 것은 직장을 위한 삶이 아니잖아요. 가정으로 돌아오기 위한 삶이죠. 그것처럼 제가 다른 곳에 가서 강의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런 분주한 일들을 하고 드디어 여기로 왔다! 그곳은 가장 편안하고, 가장 창조적이고, 가장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저는 늘 서재가 그런 곳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서재는 가장 창조적인 장소이다
제 서재는 아주 평범합니다. 특징이라고는 없지만, 제 나름대로는 특징이 있습니다. 내가 앉는 곳에서 손이 닿는 가장 가까운 곳에 내가 좋아하는 시집들이 있고요. 책상 위에는 제가 여행하면서, 돌아다니면서 가지고 온 아주 작은 돌들이 있고요. 또 등잔들이 있습니다. 제 시에 ‘등잔’이라는 시가 있는데, 옛날부터 등잔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가족들 사진이 있습니다. 그런 것이 내 문학을 할 수 있는 창작의 근원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내가 어디에 시선이 가 있는지, 나는 어디에서 왔는지, 사람과의 관계 같은 것. 서재야말로 가장 창조적인 장소여야 하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그런 것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책, 편식 없이 여러 번 읽는다
대학생 때는 근사하게 보이려고 철학 서적을 많이 읽었어요. 처음에는 멋을 내려고 읽었는데, 나중에는 그 책들이 좋아졌어요. 아마 철학 서적 때문에 문학 전집을 읽게 되었을 거예요. 우리 때는 <세계문학전집>이 있었는데, 지금하고는 다른 책이지만, 밤을 새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요. 그게 대학생 때 이야기에요. 그렇게 20대에 책을 읽었는데, 나이가 들면서는 책을 많이 못 읽은 것 같아요. 오히려 쓰는 시간이 더 많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뭔가 읽는다는 자체에 대한 굉장히 그리움이 오더라고요. 목마름이라고 할까요? 그때부터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제가 읽는 책은 어느 한줄기가 아니고요. 이를테면 소설, 시는 당연히 읽어야 하고요. 그리고 에세이, 이를테면 ‘이 시를 이렇게 썼다’라는 그런 책들이 참 많아요.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돼’하는 그런 에세이들 있잖아요. 그런 것들도 굉장히 많이 읽었어요. 책에 대해서 편식이 없는 편이에요.
그리고 책을 읽으면, 저는 여러 번 읽는 버릇이 있어요. 한 번 읽고 그만두는 게 아니라 여러 번 읽고요. 책을 곱게 읽지 않아요. 연필로 그려 가면서 읽으면, 잘 들어오는 것 같아요.
가장 좋은 책읽기는 여러 번 읽는 것이다
가장 좋은 책 읽기는 한 권을 여러 번 읽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 방법이에요. 처음에는 눈으로 이것 저것 보는 거예요. 책 전체를. 소제목은 무엇이 있나, 책은 어떻게 되어 있나, 이런 것을 먼저 눈으로 보고, 그리고 정독을 합니다.
정독을 하고 나면, 저는 그 책을 읽은 사람과 꼭 이야기를 했어요. <어린 왕자> 읽었지, 어떻게 생각해? 왜 이렇게 됐을까? 이렇게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저 혼자 그것을 가지고 글을 써 봤었습니다. 그러면 그 책을 온전하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요.
책이 삶과 가치관에 준 영향은?
반대로 만약에 인간의 삶에서 책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인간의 창조 능력이라든가 인간의 화해 능력이라든가, 또 지금보다 조금 더 잘 살아야겠다는 그런 의욕 자체가 과연 있었을까, 존재하게 되었을까, 이렇게 생각하게 돼요.
다시 그럼 책은 무엇인가? 인간은 모든 것을 다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책으로 인해서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부분, 내가 바라지 않는 부분까지 골고루 평면화 시켜주는, 평면화시켜서, 우리가 빌딩을 지을 때도 땅을 다지고, 지하 공간이 있어야 되는 것처럼 그렇게 뭔가를, 삶이라는 거대한 것을 버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게 책이 아닐까 생각해요.
인간이 어려운 고통을 당했을 때, 극복하는 힘도 책의 힘이라고 생각하고요. 똑같은 키의 한 사람이 책을 3만권 읽고, 한 사람은 5권쯤 읽었다. 그 두 사람의 생애를 보면, 분명히 나타납니다. 한 사람은 어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그 어려운 고통, 내적 고통을 잘 견뎌나가는 그런 어떤 힘이 있고요. 다른 사람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이상이랄까, 꿈이랄까, 그것은 보이지 않는 거잖아요. 또 인간의 마음도 보이지 않는 것이고요. 그런 보이지 않는 어떤 시간을 극복해 내는 힘이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훨씬 좋고, 뚫고 나가는 힘이 있고요.
저는 책의 힘이라는 것은 인간이 창조해 낸 것 중에 가장 큰 힘이다, 그렇게 생각해요.
나를 흔든 한마디, 당신 오늘 너무 힘들었지요?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라는 사람이 있죠. 그 사람의 묘비명에 ‘남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이, 여기 잠들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남편이 아플 때 병원에 꽂혀 있는 책 중에 앤드류 카네기의 자서전이 있었어요. 우연히 그 책을 서서 뒤적여 보고 있었는데, 거기에 ‘내가 일생 가장 많이 한 말은 딱 한마디, 이 말이다. 당신 오늘 너무 힘들었지요?’ 이런 말이 있었어요. 그런데 나는 그때 인생에 막 화가 나있고, 모든 게 원망스럽고. 포기하고 싶고, 세상 사람이 다 밉고 그럴 때에요. ‘왜 나만 이래야 돼’ 그런 게 온 몸에 가시처럼 돋아 있을 때인데, ‘당신 너무 힘들었지요?’ 이런 말은 절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남편한테조차. 그런데 그 책을 보고 병실에 다시 와서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까, 내가 우연히 읽게 된 이 말은 ‘신이건,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내게 이 말을 해주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무 절박할 때인데. ‘당신 너무 힘들었지요?’ 그 사람은 그걸 일생 한 말 중에 제일 많이 했다는 말이에요. 그러고 생각해 보니까, ‘이 말은 내가 지금 제일 듣고 싶은 말이 아닌가’, 그리고 또 하나는 ‘아, 나는 이런 말을 너무 안하고 살았구나. 내가 지금 이 말을 가장 듣고 싶어하고, 그러면서도 나는 이 말을 너무 안하고 살았구나.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몸에 가시가 뚝뚝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읽는 문화와 보는 문화가 균형을 이룰 때 예술이 발전한다
우리나라는 정치인을 시로 뽑은 나라입니다. 춘향전에 나온 이몽룡이 한 줄 시를 써서 관료가 되잖아요. 관리를 시로 뽑은 나라에요. 그런데 우리가 점점 가난해 지다 보니, 책이라는 것을 찢어서 불쏘시개를 만들고, 문화라는 것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러다 다시 우리가 책이라는 세계를 흡수한 것이죠. 그래서 발전이 된 거예요. 정신이 열린 것이죠.
그런데 다시 어떤 시대가 왔는가 하면, 영상 시대가 왔어요. 영상 시대는 우리에게 굉장히 즐거움도 주고, 필요한 문화지만, 이 보는 문화라는 것은 굉장히 순간적이고, 피로하고, 그리고 환각을 만들게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책이라는 것은, 읽는 문화라는 것은 영원하고, 단단하고, 우리를 피로하기보다는 새로운 자극을 만드는 의욕을 불러일으킵니다. 읽는 문화에서 보는 문화, 보는 문화에서 읽는 문화가 균형을 잘 가질 때, 예술이라는 것이 발전한다고 봐요. 요즘은 영상 문화가, 보는 문화가 훨씬 더 키가 자라고, 읽는 문화가 자꾸 내려 앉는 거예요. 문화 자체가 평면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삶을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취직이 안 되는 제자라든가, 이혼을 한 제자라든가, 또 사업이 잘 안된 친구라든가, 이런 사람들한테 늘 하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은 안 되게도 되는 거예요. 안 될 때가 있는 거예요. 인간이 처음에 어머니 자궁 속에 있을 때, 양수 안에 있습니다. 물 속에. 물이라는 게 뭐에요? 파도라는 것은 늘 웨이브가 있게 되어 있어요. 인생의 모든 것은 밤낮이 있잖아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고. 절대로 하나에 머무를 수 없거든요.
잘 안 되고 힘들 때, 자기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한 번 생각해 보고, 잘 된 사람들이 이럴 때 어떻게 해서 됐나, 이런 것을 한 번 살피면 좋겠어요.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가면 엘리베이터가 있는데도, 높은 계단이 있습니다. 굉장히 상징적인 것이에요. 인생에는 누구에게나 그런 높은 계단이 있는 겁니다. 다 오르고 싶지만, 제일 첫 계단을 딛지 않으면, 높은 계단을 절대 오르지 못합니다. 첫 계단부터 하나씩 올라가는 그 외로움과 그 추운 계절을 견뎌야 올라간다는 것이죠. 그것을 잘 못 견디면 결국은 아무것도 갖지 못하는 거예요.
저는 말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작가로서도 그렇고. 지금 춥고, 외롭고, 너무 힘들어, 그런 사람들이 결국은 좋은 친구들과 말로 풀어야 돼요. ‘힘들지? 그래. 너 힘들다. 우리 같이 밥 먹자’ 이렇게. ‘나 정말 완전 망했다’, ‘너무 힘들다’, ‘죽고 싶어’ 이런 말. 친구한테는 자존심 상하고 엄마, 아빠는 걱정하고, 못 하잖아요. 그럴 때 자존심을 버리고, ‘내가 너한테 어떻게 하면 힘이 되겠니?’ 오히려 그렇게 물으면 그게 힘이 되지 않을까요? 누구든지 힘이 돼 주는 것은 사람입니다.
신달자 시인이 들려주는 나의 시
등잔
인사동 상가에서 싼 값에 들였던
백자 등잔 하나
근 십 년 넘게 내 집 귀퉁이에
허옇게 잊혀져 있었다
어느 날 눈 마주쳐 고요히 들여다보니
아직은 살이 뽀얗게 도톰한 몸이
꺼멓게 죽은 심지를 물고 있는 것이
왠지 미안하고 안쓰러워
다시 보고 다시 보다가
기름 한 줌 흘리고 불을 켜보니
처음엔 당혹한 듯 눈을 가리다가
이내 발끝까지 저린 황홀한 불빛
아 불을 당기면 불이 켜지면
아직은 여자인 그 몸
내 인생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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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왕자
- 생텍쥐페리 | 문학동네
- 저는 제가 사랑하는 책으로 생텍 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자주 말해요. 이 책은 아마 서른 번도 더 읽었을 거예요. 그리고 내가 지갑을 열고, 책을 산 것 중에 가장 많을 거예요. 저희 집안에 초등학교 졸업을 하는 아이가 있으면 이 책을 사주고, 또 집안에 회갑을 맞은 분이 계시면 거기도 사드리고. 나이에 관계 없이 선물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생텍 쥐페리가 너무 좋아서 프랑스의 생텍 쥐페리가 살던 집까지 갔었어요.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을 행복하게 이끌어 내는 책이라는 점이에요. 어떤 책들은 비극을 이야기할 때, 뭔가 섬짓하고 이런 게 있어요. 그런데 <어린 왕자>에 나오는 슬픈 일들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면서 그 슬픔을 알게 해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오아시스가 있다는 것. 샘이 있다는 것. 젊었을 때 학생들이 그걸 믿지 못하는 거예요. ‘내가 과연 잘 살 수 있을까?’, ‘나에게 행운이 올까?’ 그래서 그게 안 올 거라고 스스로 밀어내는 경우가 많거든요. 샘이 있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가겠다. 사색하고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면서 운동을 하는, 말하자면 노동의 가치를 이야기한 것입니다. 그런 하나하나의 말들이,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 생활에 깊이 다가와요. 기다리는 게 무엇인지, 사랑하는 게 무엇인지, 미워하는 게 무엇인지. 우리가 늘 아침에 눈 뜨면 하게 되는 그 모든 감정과 일상 생활들을 우리가 바로 직면하게 되고, 느끼게 해주고, 그것을 바로 잡게 되고. 그런 게 <어린 왕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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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인
- 알베르 카뮈 | | 민음사
- 그 다음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입니다. 여러 소설이 있지만, 저는 이 소설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여기에 나오는 ‘뫼르소’라는 주인공 때문인데요. ‘뫼르소’는 엄마가 죽어도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는다, 자동차도 그대로 달리고, 구름도 흘러가고, 바람은 불고, 우리 어머니가 죽었는데 다를 게 하나도 없다. 그래서 이 사람은 엄마가 돌아가신 곳을 가서도, 장사를 지내는 곳에 가서 커피도 뽑아 먹고, 농담도 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한테 흉을 잡히죠.
그럼 이 ‘뫼르소’라는 한 인간은 어떤 인간인가? 모든 것에 무관심해요. 그러다 총을 쏴서 아랍인을 죽이는 살인까지 저지르죠. 그런데 우리가 ‘뫼르소’라는 한 인간을 따라가서 보면 이상하게 아무런 감각도 없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정도도 아닌데 미워할 수 없는 데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뫼르소’의 무관심을 다정한 무관심이라고 불러요.
‘뫼르소’가 그렇게 많은 인파 속에서, 군중의 무리 속에서 개인의 감정조차도 뭔지도 모르게, 무관심하게 아무런 감각 없이 살아가지만, 이 사람 속에 인간의 다정함, 눈물, 애욕 이런 것들이 감춰져 있는 게 보여요. <이방인>은 그런 어떤 적나라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소설이에요. 그래서 ‘뫼르소’를 결코 미워할 수 없게 하는, ‘뫼르소’를 따라가보면 나를 만나게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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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미치 앨봄 | | 살림
- 그 다음은 미치 앨봄이 지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입니다. 이것도 사람들이 많이 읽었죠. 미치 앨봄은 대학을 다니면서 ‘모리’라는 선생님을 알았는데, 졸업 후 뉴스에서 모리 선생님이 큰 병에 걸렸다는 것을 듣게 돼요. 그래서 어느 날 그 선생님을 만나러 가요. 너무나 오랜만에. 그곳에서 모리 선생님이 근육이 굳어 가는 병으로,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죠. 그 분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데, 화요일이에요. 그래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입니다.
모리 선생님은 이 제자에게 화요일마다 강의를 해요. 인생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그것이 전부 이런 거예요. 세상을 아름답게 봐라. 나는 지금 못 걷지 않니. 걸을 때 하늘을 봐라. 새잎을 봐라. 꽃을 봐라. 울고 지나가는 아이도 봐라. 한 번 안아 줘라. 이렇게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모른 척 하고 있는 것들을 전부 사랑하게 만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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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언자
- 칼릴 지브란 | | 물병자리
-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는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서울로 수학 여행을 왔는데 그때 어떤 학생에게 선물로 받았어요. 칼릴 지브란이 우정, 사랑, 집에 대해서 쓴 책인데요. 지금까지 우리가 읽어 오던 시하고는 다르더라고요. 굉장히 편하면서도 길을 안내해 주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우정, 사랑… 말하자면 사랑은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집을 지을 때 기둥이 있잖아요. 하나면 무너진다. 사랑도 그런 거예요. 서로 받쳐 주는 게 사랑입니다. 결국은 어느 정도의 희생이 따를 때, 그것이 사랑이 된다는 그런 이야기에요. 아마 제 시에 상당히 공헌한 책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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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해경
- 예태일,전발평 | | 안티쿠스
- 마지막 책은 중국 신화집이에요. <산해경>인데, 여기는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없는 동물들이 나옵니다. 이상한 새들, 동물들, 말하자면 신화 속의 동물들이에요. 하나하나 읽으면 ‘아, 한 존재가 생기 것은 반드시 운명 같은 게 아닌지도 모른다’,라는 운명론을 약간 비껴 나가게 하는 그런 책입니다. 그 중 하나로 봉황이 나와요. 봉황은 우리가 굉장히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새잖아요. 이 봉황은 모든 생김새가 자기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타자를 위해서 되어 있는 새라고 해요. 봉황이 가지고 있는 발톱이라든가 머리, 날개 이런 것은 자신을 보호하기 보다는 타자를 보호하게 생겼다고 해요.
또 아주 괴팍하게 생긴 새, 물고기, 별의 별 게 나오는데 그 이상한 거기에 우리의 생각과 버릇, 또 우리들의 꿈이 있어요. 이렇게 생긴 것이 결국은 계속해서 진화해서 아름답고, 인간 사회를 따뜻하게 하는 것으로 가는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가끔 꺼내 읽어 보는데요. 이상하게 생긴 이런 것들을 하나 읽어 보면 뭔가를 깨우치는 게 있어요. 신화라는 것이 우리에게 이미 있었던 일이었는지, 또 앞으로 미래를 바라보면서 만드는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것은 바로 오늘 이 시간에 내가 읽어야 할 것들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만들어요.
정말 오래된 중국의 신화집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에 사는 한 사람이 읽고 있으면 ‘아, 이것은 나를 위해서 썼구나’ 이런 생각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책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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