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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42%가 당선 후 10년간 책 한 권 못 내…“신춘문예는 끝 아닌 시작이어야”

moon향 2013. 12. 16. 08:50

42%가 당선 후 10년간 책 한 권 못 내…“신춘문예는 끝 아닌 시작이어야”

 

 

◆ 꿈과 멍을 동시에 주다

여느 사람들은 유수 신문사 신춘문예를 통과하면 단번에 유명인사가 되는 줄로 착각한다. 당선자 역시 신문사 신춘문예와 일반 문예지 사이에 아무런 공감대가 없다는 것을 나중에 절감한다. 신문사는 기치와는 달리 신문사의 위상유지 차원에서 신춘문예를 실시하는 것이지 문학의 사수 차원은 아니다. 그런데 문학청년은 신춘문예를 ‘출세보증수표’로 안다.

문학과 지성, 창작과 비평, 현대시학, 문학동네 등 현재 유수 문예지는 연예기획사처럼 소속 연예인들을 거느리고 있다. 신춘문예 출신자라고 해서 다 품어주는 게 아니다. 신춘문예 당선과 문학적 성공 사이에는 아무런 함수관계가 없다. 그냥 ‘일과성 축포’일 가능성이 더 짙다.

실제 당선자의 현실은 어떤가. 당선 직후 주위의 관심은 금세 시들고 당선자는 홀로 남게 된다. 이때부터 첫 책을 내기까지 2~3년이 가장 버티기 힘들다고 당선 작가들은 입을 모은다. 조사를 했더니 당선자의 42%가 등단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책을 한 권도 내지 못했다.

당선 10년 뒤 이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3분의 1 정도는 전업 작가로 활동한다. 이 밖에 대학·문화센터의 강사, 문학관·출판사의 직원 등이 된다. 전업작가 가운데 절반이 동화나 동시를 쓰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어린이 책 시장이 성장한 데다가 신인 작가가 입지를 다지기에 상대적으로 손쉬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당선 후의 긴 그림자

문학적 성공과는 별개의 문제
당선 후 3년간 버티기 힘들어
30% 정도만 전업작가로 활동

◇신춘문예 존폐 논란

특정한 문인만 심사하다 보니
응모자는 정형화된 작품 내고
문예창작과는 기법 위주 수업

◆ 신춘문예 필요성 논란

신춘문예 목표와 신문사의 목표는 사뭇 다르다. 신문사는 ‘우리도 경쟁지처럼 신춘문예 제도를 갖고 있다’는 자부심이 우선한다. 신문의 속내는 사업적인 것이지 문학적인 게 아니다. 그걸 안 문예지는 신춘문예 출신을 ‘반풍수’ 정도로 폄훼한다.

신춘문예가 갈수록 ‘권위주의적’으로 변질된다. 바로 심사위원 문제 탓이다. 거의 해마다 한정된 문인들이 신춘문예 심사를 맡고 있다. 어제의 심사위원이 오늘의 심사위원이고, 한 문인이 2개 이상의 신춘문예를 중복심사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게다가 신문사도 거의 해마다 동일한 심사위원들을 위촉한다. 대개가 60대 이상의 중견급 문인들이다.

문학평론가 이명원씨는 “신춘문예가 ‘회춘문예’가 되지 않으려면 심사위원의 연령대도 섬세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응모자들은 예상 심사위원들의 문학적인 성향을 고려하면서, 실험적이기보다는 따분하기는 하지만 등단 때문에 정형화된 작품을 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문예창작과의 문제도 지적한다.

“특히 문예창작과의 커리큘럼이 창작실습 위주로 구성되고 이 학과 재학생들의 목표가 등단으로 고정됨에 따라 문학창작의 근원적 토대가 될 심원한 사유나 세계관의 정립보다는 기법의 수련에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그는 조심스럽게 ‘신춘문예 폐지론’도 건드린다.

“신춘문예가 아니더라도 현재의 문단에는 다양한 신인선발 창구가 있어 이 제도가 예전처럼 절실해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이 그것입니다. 또 신춘문예 제도가 ‘일간지 프리미엄’으로 표현할 수 있을 법한 문학적 허위의식을 형성할 수 있으며, 기성문단의 권력 편중현상을 고착화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죠.”

또한 장르 편중도 고려해야 된다. 거의 시와 소설에 집중된다. 문학 장르 간 빈익빈 부익부가 매우 심각하다. 특화 영역을 갖고 여타 문예지와 윈윈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수필문학·시조문학·아동문학·장편소설·논픽션·시나리오·평론 전문 문학상도 신설돼야 한다. 신문사는 1년 내내 신춘문예에 몰입하지 않는다. 시상식 이후 당선자와 신문사는 사실 남남이 된다.

차제에 각 신문사가 ‘신춘문예 애프터서비스’에 주력해줘야 한다. 당선자를 컬럼리스트 및 문학 담당 기자로 길러주는 방편도 있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출처 : 신춘문예공모나라
글쓴이 : copyzigi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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