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키워드는 죽음…고통스러운 우리 현실 반영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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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2015 경향신문 신춘문예 예심…시 12편·소설 10편·평론 33편 본심행
ㆍ최근 10년 새 최다 응모…세월호 참사 다룬 작품도 많아
ㆍ소설에선 주제의식 부족…‘나쁜 문장’은 해마다 늘어
‘2015 경향신문 신춘문예’에는 최근 10년 사이 최다 응모자가 몰렸다. 단편소설 1233편, 시 1189건(1건당 5편 이상), 문학평론 33편이 접수됐다. 드물게 소설 응모자 수가 시보다 많았다. 지난해 소설 739편, 시 835건, 평론 22편에 비해 세 부문 모두 50% 가까이 늘었다.
시 예심은 지난 15일, 소설 예심은 15·17일 진행됐다. 마감일에 접수된 작품이 700건이 넘어 소설 예심을 하루 연장했다. 시는 시인 손택수·진은영씨, 소설은 소설가 윤성희·백가흠씨와 평론가 김영찬씨가 심사를 맡았다.
시에서는 고통·상실·죽음·성찰이 주요 키워드였다. 손택수씨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유별나게 많았다.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게 보였다”며 “시가 현실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로 인한) 상처를 직시하는 듯했다”고 말했다. 진은영씨는 “작년엔 일상에 대한 희망적 이야기, 소소한 낙관을 담은 시들이 많았는데, 이번엔 괴로움과 공허를 담거나 삶의 의미를 묻는 시들이 많았다”며 “사회 전체가 어떤 종류의 성찰성을 갖게 된 해가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http://img.khan.co.kr/news/2014/12/17/l_2014121801002834700213761.jpg)
시 부문 예심 심사위원인 손택수·진은영 시인, 소설 부문 예심 심사위원인 소설가 백가흠·윤성희씨, 문학평론가 김영찬씨(왼쪽부터)가 심사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세월호 참사를 직접 다루거나 암시하는 작품들도 다수 나왔다. 진씨는 “팽목항이나 ‘4월은 괴로운 달’로 시작하는 T.S. 엘리엇의 ‘황무지’를 인용하는 등 세월호에 대한 언급이 많다는 게 특별했다.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호명하진 않지만 지도자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고 밝혔다. 단원고가 있는 안산 고잔동에서 들어온 작품도 30건이 넘었다. 손씨는 “한 지역에서 이만큼 많은 작품이 나왔다는 건 특이한 일이다. 문학을 통해 자기 치유를 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작품 속에 현실 사회의 고통이 각인된 반면, 미학적인 실험은 위축됐다. 손씨는 “시에서 언어는 강하지만 사물과 현실은 왜소해진 것 같다”며 “대부분 시들에서 성형미인 느낌을 받았다”고도 했다.
소설에서는 현실을 벗어난 “세기말적 풍경” “이국적 혹은 무국적 공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배경”이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그러나 대다수 작품에서 왜 이 같은 서사적 배경을 택했는지에 대한 설명, 곧 주제의식이 부족했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평가다. 백가흠씨는 “노동·실업 같은 리얼리즘 계열의 서사를 다룬 작품이 거의 없다. 그런 세상마저 주저앉고 해체된 이후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다”고 말했다. 윤성희씨는 “완전히 세기말적이라거나 SF적 공간은 아니지만, 현실적이지도 않은 배경을 그린 소설이 많았다. 그러나 왜 이런 공간을 다뤘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잘 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영찬씨도 “답답한 현실을 그리고 있지만 소설을 왜 쓰는지에 대한 고민, 이야기를 자기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주제의식이 잘 보이지 않았다. 자기만의 발랄한 실험, 새로운 스타일이 없었다”고 밝혔다. 집 아닌 거리에서 살아가는 이들, 시간제 근로자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특정 주제나 소재보다는 개인적 서사가 두드러졌다.
‘나쁜 문장’은 매년 심화되는 문제로 지적됐다. 이는 주제의식을 잘 드러내지 못한 작품이 많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 윤씨는 “마치 시놉시스 쓰듯 설명적으로 쓴 문장이 너무 많다. 소설의 무기인 문장과 이야기의 아름다움에 주목하지 않는 느낌”이라며 “시놉시스의 줄거리가 아니라 ‘단편’의 이야기가 무엇인가에 관한 고민이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백씨는 “문장을 통해 인물에 상징성을 부여하고 사유를 드러내야 하는데, 허술한 문장으로 사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주제가 거의 없는 소설이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전반적인 수준은 평이했지만, 좋은 작품들도 비교적 많은 것으로 평가됐다. 김씨는 “작품들이 상향 평준화됐지만, 소설 쓰기를 기술로서 받아들이는 느낌을 주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백씨는 “그냥 내는 게 아니라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쓴 작품들이 많은 편”이라고 했고, 윤씨는 “경향신문 응모작들은 유달리 밀도가 높고 눈여겨봐야 할 작품들이 많다”고 했다. 예심 결과 시 12편, 소설 10편이 본심 심사에 올랐다. 평론은 바로 본심을 진행한다. 당선자는 개별 통보하며 당선작은 내년 1월1일자 경향신문에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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