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길
- 백석
거적장사 하나 산 뒷녚 비탈을 오른다
아ㅡ 따르는 사람도 없이 쓸쓸한 쓸쓸한 길이다
산 가마귀만 울며 날고
도적갠가 개 하나 어정어정 따러간다
이스라치전이 드나 머루전이 드나
수리취 땅버들의 하이얀 복이 서러웁다
뚜물같이 흐린 날 동풍이 설렌다
거적장사 시신을 거적으로 대충 말아서 장사를 지내는 것을 말한다
가마귀 까마귀. '까마귀'의 고어인 '가마기'가 방언으로 남아 쓰인 것이다
이스라치전 '이스라치'는 '산이스랏' '산앵두'의 방언. 전은 장사 지내기 전에 영좌 앞에 간단하게 술, 과일 등을 차려놓는 예식을 말한다.
이스라치전이 드나 머루전이 드나 거적장사가 오르는 산비탈에 산앵두와 머루가 피어 있는 풍경을 장사 직전에 전을 차린 것에 비유한 것이다
수리취 산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로 9~10월에 흰색 또는 자주색 꽃이 핀다. 총포에 거미줄 같은 흰 털이 나 있다.
복 상복. 소복. 수리취와 땅버들의 하얀 솜털을 상복에 빗대어서 표현한 말이다
뚜물 뜨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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