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쓰다듬으며
- 차주일
겉표지에 내심이라는 갑골문을 구기면
만화경처럼 연쇄 굴절되는 얼굴
생각도 말도 걸음도 손동작도 얼굴 속의 품사일 뿐
얼굴은 타인만 읽을 수 있는 내심의 정본
손끝으로 눈물방울만 한 쌀알을 고르며 미래를 엿보는
용한 점쟁이는 관상보다도 구겨진 주름을 믿는다는데
주름을 과거지사로 읽는 비밀은 나무의 접서법
가지가 향방을 뻗어 방향을 나누면
아직 피지 않은 꽃망울은 은폐로 묶은 매듭
이 접속사는 우리가 동의한 미래의 열람법
찌그러지는 장기가 얼굴을 표지로 한 소설이었듯
표정을 찌그리면 모두 해독되는 내심
자신도 몰래 독백한 것은
첫 장면으로 변심하는 이정표를 앙다물었다는 것
눈물이 질끈 감는 눈주름에서 방향 한 행을 결정하듯
침묵을 제본하면 생겨나는
삼거리, 사거리, 오거리…… 입꼬리
구겨진 골목들이 사개처럼 만나는 후미진 얼굴
온갖 시선의 대답이었던 이목구비를 빼돌리고 있어
빈 괄호가 많은 역사 문제 지문처럼
사라진 집터를 당산나무 홀로 더듬대고 있어
우듬지에 꽃망울 하나 집어 들고 씨앗 놓을 자리 점칠 때
어제를 탁본한 그늘 한 장이 옅어지고 있어
여백이 늘어나면 오히려 격이 높아지는
이 표정은 타인의 눈 속에서만 동사형으로 읽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