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얼굴을 쓰다듬으며 - 차주일

moon향 2014. 1. 7. 21:31

얼굴을 쓰다듬으며

 

 

                                    - 차주일

 

겉표지에 내심이라는 갑골문을 구기면

만화경처럼 연쇄 굴절되는 얼굴

생각도 말도 걸음도 손동작도 얼굴 속의 품사일 뿐

얼굴은 타인만 읽을 수 있는 내심의 정본

손끝으로 눈물방울만 한 쌀알을 고르며 미래를 엿보는

용한 점쟁이는 관상보다도 구겨진 주름을 믿는다는데

주름을 과거지사로 읽는 비밀은 나무의 접서법

가지가 향방을 뻗어 방향을 나누면

아직 피지 않은 꽃망울은 은폐로 묶은 매듭

이 접속사는 우리가 동의한 미래의 열람법

찌그러지는 장기가 얼굴을 표지로 한 소설이었듯

표정을 찌그리면 모두 해독되는 내심

자신도 몰래 독백한 것은

첫 장면으로 변심하는 이정표를 앙다물었다는 것

눈물이 질끈 감는 눈주름에서 방향 한 행을 결정하듯

침묵을 제본하면 생겨나는

삼거리, 사거리, 오거리…… 입꼬리

구겨진 골목들이 사개처럼 만나는 후미진 얼굴

온갖 시선의 대답이었던 이목구비를 빼돌리고 있어

빈 괄호가 많은 역사 문제 지문처럼

사라진 집터를 당산나무 홀로 더듬대고 있어

우듬지에 꽃망울 하나 집어 들고 씨앗 놓을 자리 점칠 때

어제를 탁본한 그늘 한 장이 옅어지고 있어

여백이 늘어나면 오히려 격이 높아지는

이 표정은 타인의 눈 속에서만 동사형으로 읽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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