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 백 석 & 형 도

오리 망아지 토끼 - 백석

moon향 2014. 3. 3. 08:19

 

 오리 망아지 토끼

 

 

                                                  - 백석

 

 

  오리치를 놓으려 아배는 논으로 나려간 지 오래다

  오리는 동비탈에 그림자를 떨어트리며 날어가고 나는 동말랭이에서 강아지처럼 아배를 부르며 울다가

  시악(恃惡)이 나서는 등 뒤 개울물에 아배의 신짝과 버선목과 대님오리를 모다 던져버린다

 

  장날 아츰에 앞 행길로 엄지 따러 지나가는 망아지를 내라고 나는 조르면

  아배는 행길을 향해서 크다란 소리로

   ㅡ매지야 오나라

   ㅡ매지야 오나라

 

  새하려 가는 아배의 지게에 치워 나는 산으로 가며 토끼를 잡으리라고 생각한다

  맞구멍 난 토끼굴을 아배와 내가 막어서면 언제나 토끼새끼는 내 다리 아래로 달아났다

  나는 서글퍼서 서글퍼서 울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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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치 - 평북 지방의 토속적인 풍물로, 동그란 갈고리 모양으로 된 오리를 잡는 도구.

아배 - '아버지' 의 방언(함경, 경상,전라)

동비탈 - 동쪽의 비탈.

동말랭이 - 동쪽의 등성이. '말랭이'는 '마루' (등성이를 이루는 지붕이나 산 따위의 꼬대기)의 방언(평남, 강원).

시악恃惡 - 악한 성미로 부르는 악.

엄지 - 짐승의 어미

매지 - '망아지' 의 방언(평안, 함경).

새하려 - '나무하러' 의 평안 방언.

맞구멍 - 마주 뚫린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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