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리 고....♡/문 화 계 소 식

이중섭과 마사꼬(남덕)의 편지

moon향 2014. 9. 19. 12:08

화가 이중섭과 그의 아내 마사꼬(한국명 남덕)의 편지

 

'아고리'는 이중섭의 턱을, '발가락군'은 그의 아내 마사꼬의 발을 애칭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나의 상냥한 사람이여, 한가위 달을 혼자 쳐다보며 당신을 가슴 하나 가득 품고 있소.

한없이 억센 포옹 또 포옹과 열렬한 뽀뽀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받아주시오. 발가락군에게도 뽀뽀 전해주오."

 

                                                                        - 중섭의 편지

 

 

"나의 사랑하는 소중한 아고리. 마음에 맺힌 긴 편지 두 통 함께 보았습니다.

당신의 힘찬 애정을 전신에 느껴, 남덕은 마냥 기뻐서 가슴이 가득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사랑을 받는 나는 온 세계의 누구보다도 가장 행복합니다.

이것만 있으면 아무 것도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 마사꼬(남덕)의 편지

 

 

 

 

※그들을 추억하는 이들의 詩입니다.

 

 

내가 만난 이중섭(李仲燮)

 

                                    - 김춘수

 

광복동(光復洞)에서 만난 이중섭(李仲燮)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동경(東京)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길 위에

발자욱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 나는 또

남포동(南浦洞) 어느 찻집에서

이중섭(李仲燮)을 보았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그는 한 뼘 한 뼘 지우고 있었다.

동경(東京)에서 아내가 오지 않는다고,

 

 

 

섶섬이 보이는 방_이중섭의 방에 와서 

 

                      -   나희덕

 

 

서귀포 언덕 위 초가 한 채

귀퉁이 고방을 얻어

아고리와 발가락군*은 아이들을 키우며 살았다.

두 사람이 누우면 꽉 찰,

방보다는 차라리 관에 가까운 그 방에서

게와 조개를 잡아먹으며 살았다.

아이들이 해변에서 묻혀온 모래알이 버석거려도

밤이면 식구들의 살을 부드럽게 끌어안아

조개껍질처럼 입을 다물던 방,

게를 삶아먹은 게 미안해 게를 그리는 아고리와

소라껍질을 그릇 삼아 상을 차리는 발가락군이

서로의 몸을 끌어안던 석회질의 방,

방이 너무 좁아서 그들은

하늘로 가는 사다리를 높이 가질 수 있었다.

꿈속에서나 그림 속에서

아이들은 새를 타고 날아다니고

복숭아는 마치 하늘의 것처럼 탐스러웠다.

총소리도 거기까지는 따라오지 못했다.

섶섬이 보이는 이 마당에 서서

서러운 햇빛에 눈부셔한 날 많았더라도

은박지 속의 바다와 하늘,

게와 물고기는 아이들과 해 질 때까지 놀았다.

게가 아이의 잠지를 물고

아이는 물고기의 꼬리를 잡고

물고기는 아고리의 손에서 파닥거리던 바닷가,

그 행복조차 길지 못하리란 걸

아고리와 발가락군은 알지 못한 채 살았다.

빈 조개껍질에 세 든 소라게처럼

 

출처를 까먹었습니다. 아시는 분 가르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