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정든 병 - 허수경

moon향 2016. 9. 5. 15:42

         

         정든 병

 

 

 

  이 세상 정들 것 없어 병에 정듭니다

  가엾은 등불 마음의 살들은 저리도 여려 나 그 살을 세상

의 접면에 대고 몸이 상합니다

  몸이 상할 때 마음은 저 혼자 버려지고 버려진 마음이 너

무 많아 이 세상 모든 길들은 위독합니다 위독한 길을 따라

속수무책의 몸이며 버려진 마음들이 켜놓은 세상의 등불

아프고 대책없습니다 정든 병이 켜놓은 등불의 세상은 어둑

어둑 대책없습니다

 

 

- 허수경 시집 <혼자 가는 먼 집>, 문학과지성사

배경음악 - 우리가 지금은 헤어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