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전태일문학상 수상
올해부터 전태일재단과 경향신문이 공동 주최하는 제21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작으로 소설 부문 <사람의 얼굴>(이종하),
시 부문 ‘영하의 날들’(권상진), 생활기록문 부문 ‘아줌마 백화점에 가다’(신정임)가 각각 선정됐다.
삶과 경험을 진솔한 문학으로 풀어낸 영광의 얼굴들을 만났다.
이종하씨(52)는 “사회적으로나 문학적으로 많은 기여를 해온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해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권상진씨(40)는 “최근 시가 갈수록 난해해지면서 독자들에게서 멀어지고 있는데 서민의 일상에 밀착한 시라는 좋은 평가를 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신정임씨(36)는 “전태일이라는 이름이 갖고 있는 의미를 내 삶에서 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이종하·권상진·신정임씨(왼쪽부터)
▲ 소설 부문 수상자 이종하씨… 미싱사·노동운동 경험 담아“70~80년대 노동자들의 삶 5권 연작으로 써낼 계획”
▲ 시 부문 수상자 권상진씨… 서른둘에 시 배운 늦깎이“전태일 정신은 인간이 중심… 일상 밀착한 시 쓰고 싶다”
▲ 생활기록문 부문 수상자 신정임씨… 노동잡지 거쳐 판매원으로“명품매장 속 노동 모순 경험… 평범한 이들 삶 기록할 것”
<사람의 얼굴>은 가방공장 노동자인 주인공이 1979년 대학생 운동가를 만난 후 삶과 생각이 변해가는 과정을 시대적 상황과 함께 진지하게 담아낸 1인칭 장편소설이다. 전태일문학상 소설부문은 분량을 제한하지 않는데 장편이 당선된 것은 세번째다. 이 소설에는 작가 자신의 체험이 녹아 있다. 이종하씨는 열다섯 살 때부터 서울과 성남 등지에서 미싱사로 일하면서 밤에 공부했다. 20대에는 노동운동을 했다. 1984~1988년 6개 회사의 노조 설립에 관여하기도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던 날, 그는 노조 설립을 추진하던 동료들과 함께 성남 가방공장 노조 신고필증을 손에 쥐었다. 자신과 동료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내겠다고 결심한 그는 나이 서른에 문학에 입문했다. 1998년 중편소설 ‘바람의 끝은 어디인가’로 계간 ‘문학사상’ 신인상 소설부문에 당선돼 등단한 이씨는 10여년 전부터 강원 홍천에서 소설만 쓰고 있다.
‘영하의 날들’은 폭염 속에서 사망한 쪽방촌 노인을 소재로 쓴 시다. 폭염 속에서 쪽방 노인은 ‘영하의 날들’을 견디고 있었다. “버려진 시선들만 싸락눈처럼 쌓이는” 쪽방촌에서 노인이 겪는 외로움을 시인은 “극한의 외로움은 영하의 온도를 지녔다”고 표현한다. 경북 경주시의 한 자동차부품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권상진씨도 서른둘이던 2005년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늦깎이 시인이다. 문학수업은 경주문예대학에서 했다. 권씨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생각하게 하는 시가 좋은 시”라고 본다. 갈수록 난해해지는 최근 시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는 “요즘 시는 독자가 없다”며 “시의 생산자가 시의 소비자인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학생운동에 열중하긴 했으나, 그는 전태일 정신이 ‘노동’이나 ‘운동’으로 좁게 이해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가 생각하는 전태일 정신은 “인간을 부속품처럼 여기지 않고 중심에 놓는 정신”이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하고 라디오 방송작가가 되고 싶었던 신정임씨는 졸업 후 노동조합과 노동교육단체에서 일했다. 지난해 초까지는 노동전문잡지에서 일했다. 잡지가 폐간되면서 그는 구직전선에 뛰어들었다. 세상은 30대 중반을 넘긴 아줌마에게 불친절했다. 오랫동안 해온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일”을 빼고 “하루 종일 전화통을 붙들고 있을 자신이 없어” 텔레마케터 일을 빼고나니 선택지가 거의 없었다. “번듯한 건물 안에서 일하니 노동 강도가 다른 곳보다 덜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백화점 명품매장 판매원으로 취직했다. ‘아줌마 백화점에 가다’는 명품매장의 휘황찬란한 조명 아래에서 감정노동자들이 겪는 현실과 일상의 아픔을 기록한 글이다. 유통업체의 불합리한 채용조건, 웃음을 억지로 짜내야 하는 감정노동의 스트레스, 과도한 노동시간의 문제 등 백화점 노동의 구조적 모순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미싱사 시절 겪은 일을 쓰기 위해 문학을 시작했다는 이종하씨는 “1970~1980년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총 5권의 연작 형태로 쓰려고 한다”며 “이번 수상작은 그 첫번째 이야기에 해당한다. 앞으로 10년 동안 이 작업에만 매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진씨는 “전태일문학상도 전태일이라는 이름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 시대를 더 포괄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작품들을 찾아내야 한다”며 “앞으로도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눈길을 주겠다”고 말했다. 신정임씨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진짜 힘은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며 “평범한 이들의 자서전을 쓰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선작은 <전태일문학상 작품집>(사회평론)으로 묶여 전태일 주간에 맞춰 열리는 문학상 시상식(다음달 16일) 무렵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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