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편지 - 이재금

moon향 2014. 10. 13. 15:55

 

편지

 

 

- 이재금

 

 

가을 저무는 언덕에 올라
까치밥으로 호롱불 하나 달아놓고
올해 마지막 감을 땁니다
지금 한숨 거둬들인 들판 위엔
서리까마귀 날갯짓만 무성합니다
저만큼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시린 손끝 불며 불며
들깨 참깨 조 수수 보리 볍씨
올망졸망 멱서리에 챙겨 넣고
우물가에서 어린 것 낯을 씻깁니다

겨울 가면 봄이 오겠지요
파릇파릇 눈떠오는 이랑마다
땀방울로 일어서는 봄은 오겠지요
이 밤, 문풍지 울리는 방에 누워
빈 들판 위에 홀로 서 있는
꿈을 꿉니다

 

 

 


 

 

 

Innocence - Giovanni Marr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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