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적 - 김지하
1.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겄다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이야길 하나 쓰것다.
옛날도, 먼옛날 상달 초사훗날 백두산아래 나라선 뒷날
배꼽으로 보고 똥구머으로 듣던 중엔 으뜸
아동방(我東方)이 바야흐로 단군아래 으뜸
으뜸가는 태평 태평 태평성대라
그 무슨 가난이 있겠느냐 도둑이 있겠느냐
포식한 농민은 배터져 죽는 게 일쑤요
비단옷 신물나서 사시장철 벗고 사니
고재봉 제 비록 도둑이라곤 하나
공자님 당년에고 도척이 났고
부정부패 가렴주구 처처에 그득하나
요순시절에도 시흉은 있었으니
아마도 현군양상(賢君良相)인들 세상 버릇 도벽(盜癖)이야
여든까지 차마 어찌할 수 있겠느냐
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겄다.
남녘은 똥덩어리 둥둥
구정물 한강가에 동빙고동 우뚝
북녘은 털빠진 닭똥구멍 민둥
벗은 산 만장아래 성북동 수유동 뾰죽
남북간에 오종종종종 판잣집 다닥다닥
게딱지 다닥 코딱지 다닥 그위에 불쑥
장충동 약수동 솟을 대문 제멋대로 와장창
저 솟고 싶은 대로 솟구쳐 올라 삐까번쩍
으리으리 꽃궁궐에 밤낮으로 풍악이 질펀 떡치는 소리 쿵떡
예가 바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라 이름하는,
간뗑이 부어 남산하고 목질기기가 동탁배꼽 같은
천하흉포 오적(五賊)의소굴이렷다.
사람마다 뱃속이 오장육보로 되었으되
이놈들의 배안에는 큰 황소불알 만한 도둑보가 겉붙어 오장칠보,
본시 한 왕초에게 도둑질을 배웠으나 재조는 각각이라
밤낮없이 도둑질만 일삼으니 그 재조 또한 신기(神技)에 이르렀것다.
하루는 다섯놈이 모여
십년전 이맘때 우리 서로 피로써 맹세코 도둑질을 개업한 뒤
날이날로 느느니 기술이요 쌓으느니 황금이라, 황금 십만근을 걸어놓고 그간에 일취월장 묘기(妙技)를 어디 한번 서로 겨룸이 어떠한가
이렇게 뜻을 모아 도(盜)짜 한자 크게 써 걸어놓고 도둑시합을 벌이는데
때는 양춘가절(陽春佳節)이라 날씨는 화창, 바람은 건 듯, 구름은 둥실
지마다 골프채 하나씩 비껴들고 꼰아잡고
행여 질세라 다투어 내달아 비전(泌傳)의 신기(神技)를 자랑해 쌌는다.
2
첫째 도둑 나온다 재벌이란 놈 나온다
돈으로 옷해 입고 돈으로 모자해 쓰고 돈으로 구두해 신고 돈으로 장갑해 끼고
금시계, 금반지, 금팔지, 금단추, 금넥타이 핀, 금카후스보턴, 금박클, 금니빨,
금손톱, 금발톱, 금작크, 금시계줄.
디룩디룩 방댕니, 불룩불룩 아랫배, 방귀를 뽕뽕뀌며 아그작 아그작 나온다
저놈 재조봐라 저 재벌놈 재조봐라
장관은 노랗게 굽고 차관은 벌겋게 삶아
초치고 간장치고 계자치고 고추장치고 미원까지 톡톡쳐서 실고추과 마늘 곁들여
나름
세금받은 은행돈, 외국서 빚낸 돈, 왼갖 특혜 좋은 이권은 모조리 꿀꺽
이쁜 년 꾀어서 첩삼아 밤낮으로 작신작신 새끼까기 여념없다
수두룩 까낸 딸년들 모조리 칼쥔놈께 시앗으로 밤참에 진상하여
귀뜀에 정보얻고 수의계약 낙찰시켜 헐값에 땅샀다가 길뚫리면 한 몫잡고
천(千)원 공사(工事) 오원에 쓱싹, 노동자임금은 언제나 외상외상
둘러치는 재조는 손오공할애비요 구워삶는 재조는 뙤놈술수 빰치겄다.
또 한놈 나온다.
국회의원 나온다.
곱사같이 굽은 허리, 조조같이 가는 실눈,
가래끓는 목소리로 응승거리며 나온다
털투성이 몽둥이에 혁명공양 휘휘감고
혁명공약 모자쓰고 혁명공약 배지차고
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 깃발같이 높이들고 대갈일성, 쪽 째진 배암샛바닥에
구호가 와그르르
혁명이닷, 구악(舊惡)은 신악(新惡)으로! 개조(改造)닷, 부정축재는 축재부정으로!
근대화닷, 부정선거는 선거부정으로! 중농(重農)이닷, 빈농(貧農)은 잡농(雜農)으로!
건설이닷, 모든집은 와우식(臥牛式)으로! 사회정화(社會淨化)닷,
정인숙(鄭仁淑)을, 정인숙(鄭仁淑)을 철두철미하게 본받아랏!
궐기하랏, 궐기하랏! 한국은행권아, 막걸리야, 주먹들아,
빈대표야, 곰보표야, 째보표야,
올빼미야, 쪽제비야, 사꾸라야, 유령(幽靈)들아, 표도둑질 성전(聖戰)에로 총궐기하랏!
손자(孫子)에도 병불(兵不) 후사, 치자즉 도자(治者卽盜者)요 공약즉 공약(公約卽空約)이니
우매(遇昧)국민 그리알고 저리멀찍 비켜서랏, 냄새난다 퉤 -
골프 좀 쳐야겄다.
3
셋째놈이 나온다 고급공무원 나온다.
풍신은 고무풍선, 독사같이 모난 눈, 푸르족족 엄한 살,
콱다문 입꼬라지 청백리(淸白吏) 분명쿠나
단 것을 갖다주니 쩔레쩔레 고개저어 우린 단것 좋아 않소,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말구
어허 저놈 뒤좀 봐라 낯짝 하나 더 붙었다
이쪽보고 히뜩히뜩 저쪽보고 혜끗혜끗, 피두피둥 유들유들
숫기도 좋거니와 이빨꼴이 가관이다.
단것 너무 처먹어서 새까맣게 썩었구나, 썩다못해 문들어져
오리(汚吏)가 분명쿠나
간같이 높은 책상 마다같이 깊은 의자 우뚝나직 걸터앉아
공(功)은 쥐뿔도 없는 놈이 하늘같이 높이 앉아 한손으로 노땡큐요 다른 손은
땡큐땡큐
되는 것도 절대 안돼, 안될 것도 문제 없어, 책상위엔 서류뭉치, 책상밑엔 지폐뭉치
높은 놈껜 삽살개요 아랫놈껜 사냥개라, 공금은 잘라먹고 뇌물은 청(請)해먹고
내가 언제 그랬더냐 흰구름아 물어보자 요정(料亭)마담 위아래로
모두 별탈 없다더냐.
넷째놈이 나온다 장성(長猩)놈이 나온다
키크기 팔대장성, 제밑에 졸개행렬 길기가 만리장성
온몸이 털이 숭숭, 고리눈, 범아가리, 벌룸코, 탑삭수염,
짐승이 분명쿠나
금은 백동 청동 황동, 비단공단 울긋불긋, 천근만근 훈장으로 온몸을 덮고 감아
시커먼 개다리를 여기차고 저기차고
엉금엉금 기나온다 장성(長猩)놈 재조봐라
쫄병들 줄 쌀가마니 모래가득 채워놓고 쌀은 빼다 팔아먹고
쫄병 먹일 소돼지는 털한개씩 나눠주고 살은 혼자 몽창먹고
엄동설한 막사없어 얼어죽는 쫄병들을
일만하면 땀이난다 온종일 사역시켜
막사지을 재목갖다 제집크게 지어놓고
부속 차량 피복 연탄 부식에 봉급까지, 위문품까지 떼어먹고
배고파 탈영한놈 군기잡자 주어패서 영창에 집어놓고
열중쉬엇 열중열중열중쉬엇 열중
빵빵들 데려다가 제마누라 화냥끼 노리개로 묶어두고
저는 따로 첩을 두어 운우서수 공방전(雲雨魚水攻防戰)에 병법(兵法)이 신출귀몰(神出鬼沒)
마지막놈 나온다
장차관이 나온다
허옇게 백태끼어 삐적삐적 술지게미 가득고여 삐져나와
추접무화(無化) 눈꼽낀눈 형형하게 부라리며 왼손은 골프채로 국방을 지휘하고
오른손은 주물럭주물럭 계집젖통 위에다가 증산 수출 건설이라 깔짝깔짝 쓰노라니
호호 아이 간지럽사와요
이런 무식한 년, 국사(國事)가 간지러워?
굶더라도 수출이닷, 안팔려도 증상이닷, 아사(餓死)한놈 뼉다귀로 현해탄에 다리놓아 가미사마 배알하잣!
째진 북소리 깨진 나팔소리 삐삐빼빼 불어대며 속셈은 먹을 궁리
검정세단 있는데도 벤쯔를 사다놓고 청렴결백 시위코자 코로나만 타는구나
예산에서 몽땅먹고 입찰에서 왕창먹고 행여나 냄새날라 질근질근 껌씹으며
켄트를 피워물고 외래품 철저단속 공문을 휙휙휙휙 내갈겨 쓰고나서 어허 거참
달필(達筆)이다.
추문듣고 뒤쫓아온 말잘하는 반벙어리 신문기자 앞에 놓고
일국(一國)의 재상더러 부정(不正)이 웬말인가 귀거래사(歸去來辭) 꿍얼꿍얼,자네 핸디 몇이더라?
4
오적(五賊)의 이 절륜한 솜씨를 구경하던 귀신들이
깜짝 놀라서 어마 뜨거라 저놈들한테 붙잡히면 뼉다귀도 못추리것다
똥줄빠지게 내빼 버렸으니 요즘엔 제사지내는 사람마저 드물어졌겄다.
이라한참 시합이 구시월 똥호박 무르익듯이 몰씬몰씬 무르익어가는데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나라망신시키는 오적(五賊)을 잡아들여라
추상같은 어명이 쾅,
청천하늘에 날벼락치듯 쾅쾅쾅 연거푸 떨어져내려 쏟아져 퍼붓어싸니
네이- 당장에 잡아 대령하겠나이다, 대답하고 물러선다
포도대장 물러선다 포도대장 거동봐라
울뚝불뚝 돼지코에 술찌꺼기 허어옇게 묻은 메기 주둥이,
침은 질질질
장비사돈네팔촌 같은 텁석부리 수염, 사람여럿 잡아먹어 피가 벌건 왕방울 눈깔
마빡에 주먹혹이 뛸 때마다 털렁털렁
열십자 팔벌이고 멧돌같이 좌충우돌, 사자같이 으르르르릉
이놈 내리훑고 저놈 굴비엮어
종삼 명동 양동 무교동 청계천 쉬파리 답십리 왕파리 왕십리 똥파리 모두 쓸어모아다 꿀리고 치고 패고 차고 밟고
꼬집어뜯고 물어뜯고 업어메치고 뒤집어던지고 꼰아
추스리고 걷어팽개치고
때리고 부수고 개키고 까집고 비틀고 조이고
꺾고 깎고 벳기고 쑤셔대고 몽구라뜨리고
직신작신 조지고지지고 노들강변 버들같이 휘휘낭창 꾸부러뜨리고
육모방망이, 세모쇳장, 갈쿠리, 긴 칼, 짧은 칼, 큰칼, 작은칼
오라 수갑 곤장 난장 곤봉 호각
개다리 소다리 장총 기관총 수류탄 최루탄 발연탄 구토탄 똥탄 오줌탄 뜸물탄
석탄 백탄
모조리 갖다 늘어놓고 어흥 -
호랑이 방귓소리 같은 으름장에 깜짝, 도매금으로 끌려와 쪼그린 되민증들이 발발
전라도 갯땅쇠 꾀수놈이 발발 오뉴월 동장군(冬將軍) 만난 듯이 발발발 떨어댄다.
네놈이 오적(五賊)이지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날치기요
날치기면 더욱 좋다. 날치기, 들치기, 밀치기, 소매치기, 네다바이 다 합쳐서
오적(五賊)이 그 아니냐
아이구 난 날치기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펨프요
펨프면 더욱 좋다. 펨프, 창녀, 포주, 깡패, 쪽쟁이 다합쳐서
풍속사범 오적(五賊)이 바로 그것 아니더냐
아이구 난 펨프이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껌팔이요
껌팔이면 더욱 좋다. 껌팔이, 담배팔이, 양말팔이, 도롭프스팔이, 쪼코렛팔이 다
합쳐서
외래품 팔아먹는 오적(五賊)이 그아니냐
아이구 난 껌팔이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거지요
거지면 더더욱 좋다. 거지, 문둥이, 시라이, 양아치, 비렁뱅이 다합쳐서
우범오적(五賊)이란 너를 두고 이름이다. 가자 이놈 큰집으로 바삐가자
애고 애고 난 아니요, 오적(五賊)만은 아니어라우. 나는 본시 갯땅쇠로 농사로는
배고파서 돈벌라고 서울왔소. 내게 죄가 있다면은
어젯밤에 배고파서 국화빵 한 개 훔쳐먹은 그 죄밖엔 없습네다.
이리바짝 저리죄고 위로 틀고 아래로 따닥
찜질 매질 물질 불질 무두질에 당근질에 비행기태워 공중잡이
고춧가루 비눗물에 식초까지 퍼부어도 싹아지없이 쏙쏙 기어나오는건
아니랑께롱
한마디뿐이겄다
포도대장 할 수 없이 꾀수놈을 사알살 꼬실른다 저것봐라
오적(五賊)은 무엇이며 어디있나 말 만하면 네 목숨은 살려주마
꾀수놈 이말듣고 옳다꾸나 대답한다.
오적(五賊)이라 하는 것은
재벌과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란 다섯 짐승, 시방 동빙고동에서
도둑시합 열고 있오.
으흠, 거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다. 정녕 그게 짐승이냐?
그라문이라우, 짐승도 아조 흉악한 짐승이지라우.
옳다됐다 내새끼야 그말을 진작하지
포도대장 하도좋아 제무릎을 탁치는데
어떻게 우악스럽게 처 버렸던지 무릎뼈가 파싹 깨져 버렸겄다, 그러허나
아무리 죽을 지경이라도 사(死)는 사(私)요, 공(功)은 공(公)이라
네놈 꾀수 앞장서라, 당장에 잡아다가 능지처참한 연후에 나도 출세해야겄다.
꾀수놈 앞세우고 포도대장 출도한다
범눈깔 부릅뜨고 백주대로상에 헷드라이트 왕눈깔을 미친듯이 부릅뜨고
부릉 부릉 부르릉 찍찍
소리소리 내지르며 질풍같이 내닫는다
비켜라 비켜라
안비키면 오적(五賊)이다
간다 간다 내가 간다
부릉 부릉 부르릉 찍찍 우당우당 우당탕 쿵쾅
오적(五賊)잡으러 내가 간다
남산을 훌렁넘어 한강물 바라보니 동빙고동 예로구나
우레같은 저 함성 범같은 늠름기상 이완대장(李浣大將) 재래(再來)로다
시합장에 뛰어들어 포도대장 대갈일성,
이놈들 오적(五賊)은 듣거라
너희 한같 비천한 축생의 몸으로
방자하게 백성의 고혈빨아 주지육림 가소롭다
대역무도 국위손상, 백성원성 분분하매 어명으로 체포하니
오라를 받으렸다.
5
이리 호령하고 가만히 들러보니 눈하나 깜짝하는 놈 없이
제일에만 열중하는데
생김생김은 짐승이로되 호화찬란한 짐승이라
포도대장 깜짝놀라 사면을 살펴보는데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이게 어느 천국이냐
서슬푸른 용트림이 기둥처처 승천하고 맑고 푸른 수영장엔 벌거벗은
선녀(仙女) 가득
몇십리 수풀들이 정원 속에 그득그득, 백만원짜리 정원수(庭園樹)에 백만원짜리
외국(外國)개
천만원짜리 수석비석(瘦石肥石), 천만원짜리 석등석불(石燈石佛), 일억원짜리
붕어 잉어, 일억원짜리 참새 메추리
문(門)도 자동, 벽도 자동, 술도 자동, 밥도 자동, 계집질 화냥질 분탕질도
자동자동
여대생(女大生) 식모두고 경제학박사 회계두고 임학(林學)박사 원정(園丁)두고
경제학박사 집사두고
가정교사는 철학박사 비서는 정치학박사 미용사는 미학(美學)박사
박사박사박사박사
잔디 행여 죽을세라 잔디에다 스팀넣고, 붕어 행여 죽을세라 연못속에
에어턴넣고
새들 행여 죽을세라 새장속에 히터넣고, 개밥 행여 상할세라 개집속에
냉장고넣고
대리석 양옥(洋屋)위에 조선기와 살쩍얹어 기둥은 코린트식(式) 대들보는
이오니아식(式)
선자추녀 쇠로치고 굽도리 삿슈박고 내외분합 그라스룸 석조(石造)벽에 갈포발라
앞뒷퇴 널찍터서 복판에 메인홀 두고 알매달아 부연얹고
기와위에 이층올려 이층위에 옥상트고 살미살창 가로닫이 도자창(盜字窓)으로
지어놓고
안팎 중문 솟을대문 페르샤풍(風), 본따놓고 목욕탕은 토이기풍(風), 돼지우리
왜풍(倭風)당당
집밑에다 연못파고 연못속에 석가산(石假山), 대대층층 모아놓고
열어재킨 문틈으로 집안을 언 듯보니
자개 케비넷, 무광택 강철함롱, 봉그린 용장, 용그린 봉장, 삼천삼백삼십삼층장
카네숀 그린 화초장, 운동장만한 옥쟁반, 삘딩같이 높이 솟은 금은 청동 놋촉대,
전자시계, 전자밥그릇, 전자주전자, 전자젓가락, 전자꽃병, 전자거울, 전자책,
전자가방, 쇠유리병, 흙나무그릇, 이조청자, 고려백자, 거꾸로 걸린 삐까소,
옆으로 붙인 샤갈,
석파란(石坡蘭)은 금칠액틀에 번들번들 끼워놓고, 산수화조호접인물 (山水花
鳥蝴蝶人物)
내리닫이 족자는 사백점 걸어두고, 산수화조호접인물 (山水花 鳥蝴蝶人物)
팔천팔백팔십팔점이 한꺼번에 와글와글,
백동토기, 당화기, 왜화기, 미국화기, 불란서화기, 애태리화기, 호피담뇨 씨운테레비, 화류문갑 속의 쏘니녹음기, 대모책상 위의 밋첼카메라, 산호책장 곁의 알씨에이 영사기, 호박필통에 꽂힌 파카만년필, 촛불켠 샨들리에, 피마주기름 스탠드라이트, 간접직접 직사곡사 천장바닥 벽조명이 휘황칸칸 호화율율.
여편제들 치장보니 청옥머리핀, 백옥구두장식,
황금부로취, 백금이빨, 밀화귓구멍가게, 호박밑구멍마게, 산호똥구멍마게,
루비배꼽마게, 금파단추, 진주귀걸이, 야광주코걸이, 자수정목걸이, 싸파이어팔지 에어랄드팔지, 다이야몬드허리띠, 터키석안경대,
유독 반지만은 금칠한 삼원짜리 납반지가 번쩍번쩍 칠흑암야에 횃불처럼
도도무쌍(無雙)이라!
왼갖 음식 살펴보니 침 꼴깍 넘어가는 소리 천지가 진동한다
소털구이, 돼지콧구멍볶음, 염소수염튀김, 노루뿔삶음, 닭네발산적, 꿩지느라미말림,
도미날개지짐, 조기바톱젓, 민어 농어 방어 광어 은어 귀만 짤라 회무침,
낙지해삼비늘조림, 쇠고기 돈까스, 돼지고기 비후까스, 피안뺀 복지리,
생율, 숙율, 능금, 배 씨만 발라 말리원서 금딱지로 싸놓은 것, 바나나식혜,
파인애플화채, 무화과 꽃닢설탕 버무림,
롱가리트유과, 메사돈약과, 사카린잡과, 개구리알구란탕, 청포우무, 한천묵,
괭장망장과화주, 산또리, 계당주, 샴펭, 송엽주, 드라이찐, 자하주, 압산,
오가피주, 죠니워카, 구기주, 화이트호스, 신선주, 짐빔, 선약주, 나폴레옹 꼬냑, 약주, 탁주, 소주, 정종, 화주, 째주, 보드카, 람주(酒)라!
아가리가 딱 벌어져 닫을 염도 않고 포도대장 침을 질질질질질질 흘려싸면서
가로되
놀랠 놀짜로다
저게모두 도둑질로 모아들인 재산인가
이럴 줄을 알았더면 나도 일찍암치 도둑이나 되었을 걸
원수로다 원수로다 양심(良心)이란 두글자가 철천지 원수로다
6
이리 속으로 자탄망조하는 터에
한놈이 쓰윽 다가와 써억 술잔을 권한다
보도 듣도 못한 술인지라
허겁지겁 한잔두잔 헐레벌떡 석잔넉잔
이윽고 대취하여 포도대장 일어서서 일장연설 해보는데
안주를 어떻게나 많이 쳐먹었는지 이빨이 확 닳아없어져 버린 아가리로
이빨을 딱딱 소리내 부딪쳐가면서 씹어뱉는 그 목소리 엄숙하고 그 조리 정연하기
성인군자의 말씀이라
만장하옵시고 존경하옵는 도둑님들!
도둑은 도둑의 죄가 아니요, 도둑을 만든 이 사회의 죄입네다
여러도둑님들께옵선 도둑이 아니라 이 사회에 충실한 일꾼이니
부디 소신껏 그길에 매진, 용진, 전진, 약진하시길 간절히 바라옵고 또 바라옵니다.
이 말끝에 박장대소 천지가 요란할 때
포도대장 뛰어나가 꾀수놈 낚궈채어 오라묶어 세운뒤에
요놈, 네놈을 무고죄로 입건한다.
때는 가을이라
서산낙일에 객수(客愁)가 추연하네
외기러기 짝을찾고 쪼각달 희게비껴
강물은 붉게 타서 피흐르는데
어쩔꺼나 두견이는 설리설리 울어쌌는데 어쩔꺼나
콩알같은 꾀수묶어 비틀비틀 포도대장 개트림에 돌아가네
어쩔꺼나 어쩔꺼나 우리꾀수 어쩔꺼나
전라도서 굶고살다 서울와 돈번다더니
동대문 남대문 봉천동 모래내에 온갖구박 다 당하고
기어이 가는구나 가막소로 가는구나
어쩔꺼나 억울하고 원통하고 분한사정 누가있어 바로잡나
잘까거라 꾀수야
부디부디 잘가거라.
7
꾀수는 그길로 가막소로 들어가고
오적(五賊)은 뒤에 포도대장 불러다가
그 용기를 어여삐 녀겨 저희집 솟을대문,
바로 그곁에 있는 개집속에 살며 도둑을 지키라하매,
포도대장 이말듣고 얼시구 좋아라
지화자좋네 온갖 병기(兵器)를 다가져다 삼엄하게 늘어놓고 개집속에서 내내
잘살다가
어느 맑게 개인날 아침, 커다랗게 기지개를 켜다 갑자기
벼락을 맞아 급살하니
이때 또한 오적(五賊)도 육공(六孔)으로 피를 토하며
꺼꾸러졌다는 이야기. 허허허
이런 행적이 백대에 민멸치 아니하고 인구(人口)에 회자하여
날같은 거지시인의 싯귀에까지 올라 길이 길이 전해오겄다.
이 시는 1970년 5월 <사상계>를 통해 '담시(譚詩)'라는 독창적인 이름으로 발표, 파문과 물의를 일으키며 김지하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린 작품이다.
<오적(五賊)>은 일제 통치의 암흑기 속에서 쇠잔하고 소실되어 버린 민족의 가락을 되찾아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는 뚜렷한 목적 의식 아래 씌어졌다. 그러한 노력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민족 문학의 새로운 진로에 큰 빛을 던져 주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이 시를 대할 때에는 그 안에 담긴 내용 못지 않게 양식과 가락에 대해서도 크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담시란, '단형 서정시보다 길고 단편 소설보다는 짧은' 길이 속에 당대의 정치적 문제를 기습적으로 전달하는 '이야기 시'의 독특한 장르이다. 이러한 새로운 장르의 출현은 역사적 현실의 가장 첨예한 내용의 요청에 부응하려는 시도에서 그 정당성을 지닌다.
여기서 '오적(五賊)'이라고 못박은 사람들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은 한마디로 말해서 일제 통치의 수혜 특권층이라 할 수 있다. 이 '오적'을 통해서 의도한 바는, 진정으로 자율적이고 근대화된 질서를 이 땅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일제 잔재의 완전한 청산을 하고, 그런 후 새로운 인간에 의한 새로운 통치 이념의 구현을 해야 한다는 방향 제시였다고 하겠다.
[시인공화국 풍경들] <23> 金芝河의 '五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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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05-08-09 10:59] | |||||
이야기로서의 노래, 노래로서의 이야기 생명·민중 살아 펄떡이는 '현대판 판소리' 권력의 악취·민중의 고통 풍자와 해학으로 고려 70년대 뜨거운 상징의 출발점이 된 최초의 譚詩
'오적'을 비롯한 김지하 담시는 현대화한 판소리, 단형 판소리다. 담시는 서사와 서정과 극을 녹여낸 장르고, 이야기와 노래를 통일한 장르이며, 풍자와 해학과 코믹과 그로테스크를 버무린 장르다.
문학사적으로 1970년대는 김지하(64)의 담시(譚詩) ‘오적(五賊)’과 함께 시작됐다. 29세의 청년 시인이 발표한 이 새로운 형태의 시는 문학사적 의의 못지않은 정치사적 함의도 더불어 지니고 있었다.
월간지 ‘사상계’ 1970년 5월호에 발표된 ‘오적’은 당시 야당 신민당의 기관지 ‘민주전선’에 전재되며 반공법 위반 사건으로 확대돼 시인과 두 매체의 편집진을 감옥으로 보냈다.
1953년 창간된 이래 글자 그대로 한국 사상계의 둥지 노릇을 했던 ‘사상계’는 이 사건으로 폐간 처분을 받았다.
누가 봐도 터무니없는 사건이었던 만큼 관련자들은 그리 오래지 않아 모두 풀려 나왔으나, 그보다 여섯 해 전 대일(對日) 굴욕 외교 반대 투쟁으로 첫 옥살이를 겪었던 시인에게 ‘오적’ 사건은 반(反)독재 민주주의운동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다.
‘앵적가(櫻賊歌)’, ‘비어(蜚語)’, ‘오행(五行)’, ‘분씨물어(糞氏物語)’ 등 그 뒤 잇따라 발표한 담시를 통해 권력 주변의 악취와 외세의 경제적 침탈을 풍자하고 민중의 참혹한 삶을 고발한 이 입담 좋은 젊은이를 황군(皇軍) 출신의 독재자 박정희는 도무지 좋아할 수가 없었다.
시인은 1974년 긴급조치 위반에 더해 국가보안법 위반, 내란선동죄 등의 어마어마한 혐의로 다시 구속됐고, 비상보통군법회의는 마치 장난처럼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1947년 만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됐다 이듬해 2월 석방되던 당시 모습 그러나 이 젊은 시인은 ‘오적’ 사건으로 이미 나라 밖까지 너무 이름이 알려진 상태였다. 구명 운동은 삽시간에 국경 너머로 퍼져나갔고, 석방 탄원서에 서명한 사르트르, 보부아르, 촘스키, 하워드 진 같은 이름들의 무게에 질린 정권은 이듬해 2월 이번에도 마치 장난처럼 그를 풀어주었다.
출옥하자마자, 시인은 감옥에서 통방한 인혁당 사건 관련자 하재완의 참혹한 술회에 기초해 이 사건이 고문으로 날조됐다는 사실을 폭로했고, 정권은 다시 장난처럼 그를 가두었다.
이번의 옥살이는 장난이 아니었다. 시인은 박정희가 죽고 한 해 남짓이 지난 1980년 12월까지 독방에 갇혀 있어야 했다.
그렇다는 것은 김지하라는 이름이 70년대의 중량과 맞먹는다는 뜻이다. 감옥 속의 김지하는 70년대 한국 문학의 치욕이자 축복이었다.
그것이 치욕이었던 것은 그를 감옥 안에 두고서도 70년대의 한국문학사가 별탈 없이 하염없는 장광설로 쓰여지고 있었다는 점에서고, 그것이 축복이었던 것은 감옥 속의 시인 덕분에 한국문학의 당대가 순전한 미몽의 시기로 기록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다.
30대의 김지하는 감옥 속에서 70년대의 부하(負荷)를 제 몸뚱이 하나로 버텨내며 개인사의 수난을 문학사적 사회사적 활력으로 전화시켰고, 그럼으로써 70년대가 박정희의 연대로서만이 아니라 자신의 연대로, 김지하의 연대로 기억되게 만들었다.
설령 출옥 뒤 시인의 행적이 그를 따르던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김지하라는 이름에서 빛을 덜어냈다고 해도, 그 이름이 70년대 한국문학과 한국정치의 가장 뜨거운 상징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은 엄연하다.
그 뜨거운 상징의 출발점이 ‘오적’이었다. ‘오적’의 문학사적 의의는 그것이 최초의 담시라는 데 있다. ‘담시’라는 용어는 중세 이후 유럽 여러 지역에서 성행한 소(小)?營?‘발라드’의 역어(譯語)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김지하가 ‘오적’을 발표하며 이 말을 사용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가 아니다.
시인 자신의 짤막한 정의에 따르면, 담시는 단형(短形) 판소리다. 93년에 솔출판사에서 나온 담시전집 ‘오적’의 자서(自序)에서 시인은 “판소리는 생명의 문학이다.
나의 담시, 그러니까 단형 판소리 역시 생명의 문법을 모토로 한다. 가락이 장단을 타거나 빠져나가는 중에 행간에 솟아나는 신명의 문법을 잘 살펴주시기 바란다. 언어 밑에 흐르는 신명의 분류 없이, 언어가 퉁겨내는 광활한 여백의 울림 없이 시, 특히 생명의 시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니까 담시는, 판소리가 그렇듯, 활자로 고정돼 있는 언어가 아니라 활자 바깥으로, 활자들 사이로 뛰쳐나온 살아있는 언어다. 그러고 보면, 오늘날 김지하의 라벨이 된 생명사상은 그의 담시에서부터 일찌감치 싹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담시는 구연(口演)을 통해서만 완성되는 문학장르다.
판소리라는 민족적 구비문학의 전통 속에 자리잡은 이 장르는, 유럽쪽의 신어(新語)를 빌리자면, 리터러처(literature)라기보다 오럴리처(oraliture)에 속한다.
‘비어’의 첫 이야기 ‘소리내력(來歷)’은 안도(安道)라는 이농 도시빈민의 참혹한 삶과 죽음을 그리고 있는데, 활자로 발표된 지 두 해 남짓 뒤인 1974년 세밑에 서울 명동성당에서 구연된 바 있다. 김지하 담시의 이 첫 구연의 주인공이었던 소리꾼 임진택은 80년대 중반 이후 ‘분씨물어’를 ‘똥바다’라는 제목으로 구연해 너른 호응을 얻기도 했다.
담시에 대한 긍정적 언술들에 따르면, 이 장르는 서사와 서정과 극을 녹여낸 장르고, 이야기와 노래를 통일한 장르이며, 풍자와 해학과 코믹과 그로테스크를 버무린 장르다.
이 장르의 ‘열림’을 강조하는 이런 평가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대화한 판소리로서의 김지하 담시가 서양 시학에 매몰돼 있던 당대 시단에 적잖은 충격을 가했으리라는 점은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민중적 내용을 담아낼 민족적 형식을 모색하던 시인이 처음 다다른 징검돌이었다.
민중의 언어를 지향했던 만큼 담시는 어쩔 수 없이 군데군데 비속하지만, 결국은 청년지식인의 언어였던 만큼 또 어쩔 수 없이 군데군데 현학적이다. 담시의 맏형 격인 ‘오적’은 수많은 언어로 번역됐는데, 민족어의 리듬에 깊이 밀착된 담시의 ‘신명’을 외국어로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적’은 글자 그대로 다섯 도적 이야기다. 이들의 이름은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인데, 원문에서 한자로 표기된 이 괴상한 이름들은 죄다 개사슴록변이 달린 개견부(犬部)의 글자들을 포함하고 있어서(예컨대 ‘장성’은 長猩) 이들이 사람이 아니라 짐승임을 보여준다.
“사람마다 뱃속이 오장육보로 되었으되/ 이놈들 배안에는 큰 황소불알만한 도둑보가 곁붙어 오장칠보”다.
이 다섯 도적이 하루는 서울 동빙고동에 모여 도둑시합을 벌이고 있는데, 어명을 받아 이들을 잡으러 온 포도대장이 되레 이들을 지목한 가난뱅이 꾀수를 무고죄로 몰아 감옥에 가두고 오적의 개 노릇을 하다가 얼마 뒤 그들과 함께 급사한다는 것이 ‘오적’의 줄거리다. 고작 상류층의 부정부패를 풍자했을 뿐인데, 이것이 무시무시한 반공법에 걸려든 것이다.
‘오적’의 마지막 대목은 “허허허/ 이런 행적이 백대에 민멸치 아니하고 인구(人口)에 회자하여/ 날 같은 거지시인의 싯귀에까지 올라 길이 길이 전해오것다”인 바, 시인은 ‘비어’의 둘째 이야기인 ‘고관(尻觀)’과 ‘오행’, ‘앵적가’, ‘고무장화’ 같은 담시 작품들 역시 ‘전해온다’ ‘전해오것다’ 따위로 마무리함으로써 이 이야기들이 화자가 전해들은 것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오적’이 발표된 해에 상재된 첫 시집 ‘황토’ 이후의 서정시들이 그랬듯, 김지하의 담시들도 시인이 감옥에 갇혀 있던 1970년대엔 한국에서 책으로 묶일 수가 없었다.
1976년 12월 일본의 한양사에서 나온 ‘김지하 전집’은 그 때까지 발표된 시인의 담시, 서정시, 희곡, 산문을 망라하고 있었는데, 이 책이 거꾸로 국내에 들어와 복사본이 나돌며 은밀히 읽혔다.
그 시절에는 김지하를 읽는 것조차 상당한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었다는 것을 오늘날의 젊은 독자들이 상상할 수 있을까? 그의 담시들이 ‘오적’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묶여 동광출판사에서 나온 것은 시인이 사면복권된 이듬해인 1985년이었다. 시인은 이 책 서문에서 “오적이 있으니까 ‘오적’을 썼다”고 말했다.
김지하는 일급 서정시인이기도 하지만, 문학사가들은 그를 담시의 개척자로 더 기억할 것이다. 시인의 바람과 달리 담시가 그의 후배 세대에게 계승되지 못한 것은, 이 장르가 예찬자들의 평가와 달리 충분히 열려있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는지도 모른다. 아니, 열림 여부와 상관없이, 이 장르가 젊은 세대에게 산뜻한 매력을 주지 못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판소리를 쇼팽이나 브람스 음악보다 더 낯설게 받아들이는 세대가 담시를 즐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에서도 김지하 담시전집을 구하기 어려운 것이 요즘 형편이다. 70년대엔 읽고 싶어도 못 읽었던 그의 담시가 이젠 아예 안 읽히나보다.
객원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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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담시-김지하의 오적-|작성자 블랑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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