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소설가
- 오탁번
어느 날 거나하게 취한 김동리가 서정주를 찾아가서 시를 한 편 썼다고 했다 시인은 뱁새눈을 뜨고 쳐다봤다 -어디 한번 보세나 김동리는 적어오진 않았다면서 한번 읊어보겠다고 했다 시인은 턱을 괴고 눈을 감았다 -꽃이 피면 벙어리도 우는 것을... 다 읆기도 전에 시인은 무릎을 탁 쳤다 -기가 막히다! 절창이네 그랴! 꽃이 피면 벙어리도 운단 말이제? 소설가가 헛기침을 했다 -‘꽃이 피면’이 아니라, ‘꼬집히면’이라네! 시인은 마늘쫑처럼 꼬부장하니 웃었다 -꼬집히면 벙어리도 운다고? 예끼! 이사람! 소설이나 쓰소 대추알처럼 취한 소설가가 상고머리를 갸우뚱했다 -와? 시가 안 됐노? 그 순간 시간이 딱 멈췄다 1930년대 현대문학사 한쪽이 막 형성되는 순간인 줄은 땅뜀도 못하고 시인과 소설가는 밤샘을 하며 코가 비뚤어졌다 찰람찰람 술잔이 넘쳤다
- 계간『시와 표현』2012년 가을호
Alison Krauss - When You Say Nothing At All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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