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 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詩 詩 詩.....♡ > 떠 오 르 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인과 소설가 - 오탁번 (0) | 2014.10.06 |
---|---|
속수무책 - 김경후 (0) | 2014.09.30 |
초극세사 - 복효근 (0) | 2014.09.17 |
탱자 - 복효근 (0) | 2014.09.16 |
임솔아 시 모음 (0) | 2014.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