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moon향 2014. 9. 26. 15:15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 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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