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에 사는 물고기가 있어-어성초
(성명남, 2012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뭍으로 올라온 물고기 떼 파닥거렸다
성질 급한 몇은 금방 숨이 넘어갔다
그물을 끌어당길 때마다 사방에 붉은 비늘이 돋아났다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남편의 목장갑 위나
흙먼지 바짓가랑이에도 무수히 돋아났다
외발 손수레에 묻어와 우수수 떨어졌다
골절된 등뼈를 맞추던 서늘한 툇마루에도 비늘투성이다
그들을 들어낸 개여뀌 쇠뜨기 달개비가 차지한 바다엔
방류한 섬의 뿌리만 비리게 남았다
반나절이 천 년 같아 가물가물 정신을 놓았다가도
슬쩍 만지기만 하면 추스르고 일어나는 물고기
떠나온 바다를 돌아보는지 전생을 돌아보는지
배 가르고 내장 훑어낸 것도 아닌데
먼 바람 끝에 물고기 내음 진동했다
한 때 저들의 전생을 의심한 적 있었다
'詩 詩 詩.....♡ > 달 별 풀 꽃 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씨 - 최계락 (0) | 2014.10.20 |
---|---|
풀잎 - 이기철 (0) | 2014.10.07 |
별 - 공재동 (0) | 2014.10.06 |
달 - 김윤현 (0) | 2014.10.02 |
나팔꽃씨를 묻어두고 - 길상호 (0) | 2014.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