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한란계 - 윤동주

moon향 2014. 12. 8. 10:48

 

한란계 - 윤동주

 

 

 

싸늘한 대리석 기둥에 목아지를 비틀어 맨 한란계

문득 들여다볼 수 있는 운명(運命)한 5척(尺) 6촌(寸)의 허리 가는 수은주

마음은 유리관보다 맑소이다.

혈관이 단조로워 신경질인 여론동물(輿論動物)

가끔 분수 같은 냉(冷) 침을 억지로 삼키기에

정력을 낭비합니다.

영하로 손구락질할 수돌네 방처럼 치운 겨울보다

해바라기 만발한 8월 교정이 이상곺소이다.

피 끓는 그날이―

어제는 막 소낙비가 퍼붓더니 오늘은 좋은 날씨올시다.

동저고리 바람에 언덕으로, 숲으로 하시구려―

이렇게 가만가만 혼자서 귓속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나는 또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는 아마도 진실한 세기의 계절을 따라―

하늘만 보이는 울타리 안을 뛰쳐

역사 같은 포지션을 지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