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함박눈 - 오탁번

moon향 2014. 12. 23. 08:28

 

 

함박눈 - 오탁번

 

 

 

오늘 또 손을 데었다

장작 난로에 고구마를 굽다가

껍질이 까맣게 탄 걸 보고

맨손으로 집으려다가

앗! 뜨거! 소리쳤다

손가락이 욱신거리며

바로 물집이 부풀어 올랐다

어제는

라면 끓이던 냄비를

맨손으로 잡다가

앗! 뜨거! 내동댕이쳤다

끓는 물에 손가락과 발등이

벌겋게 부풀어 올랐다

나는 왜 이렇지?

뜨거운 것을 만질 때는

수건이나 장갑을 써야한다는 것을

맨날 까먹는 나는

정말 왜 이렇지?

욱신거리는 아픔에 잠 못 이루는 밤

자정이 넘자 함박눈이 펄펄 내려

삽시간에 눈 천지가 된다

혼자 지르는 悲鳴

은하수 물녘까지 퍼져 나갔는가

베 짜던 참한 계집이

불에 덴 손가락 호호 불어주려고

일회용 반창고마냥 가벼운

펄펄 함박눈 되어

백치가 된 나를 찾아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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