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모와 함석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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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모와 함석헌은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철학자이다. 유영모가 동서의 정신문화를 아우르면서도 깊은 영성의 철학을 탐구했다면 함석헌은 역사의 한 가운데서 민주와 통일, 주체와 전체를 아우르는 세계평화의 철학을 펼쳤다. 유영모와 함석헌의 정신과 삶은 뗄 수 없이 이어져 있다. 태어난 날도 3월 13일로 같고 세상을 뜬 날도 유영모는 2월 3일, 함석헌은 2월 4일로 잇닿아 있다. 나이는 열한 살 차이가 났으나 1921년에 오산학교 교장과 학생으로 만났던 사제 간의 인연은 길게 이어졌다. 유영모는 오산학교 교장을 그만두고 돌아갈 때 배웅하는 함석헌에게 “내가 여기 온 것은 함을 만나려고 왔던가봐.”라고 하였다.
그 후 함석헌은 기회 있을 때마다 유영모에게서 가르침을 받았고 유영모는 함석헌을 분신처럼 아꼈다. 함석헌이 공산치하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내려왔을 때 유영모는 함석헌을 극진히 맞이했다. 여운형 등 유명하다는 이들이 찾아와도 무심하던 유영모가 함석헌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여러 날 전부터 집안 청소를 했는데 이 때 따님이 굴뚝 청소를 하다가 다리가 부러졌다고 한다. 함석헌은 북한에서 남한으로 내려온 1947년 3월 17일부터 1959년 말까지 유영모의 강좌에 열심히 참석하였다. 함석헌은 죽을 때까지 유영모를 스승으로 받들었다. 말년까지 “내게 좋은 선생님이 계셨지요.”하면서 다석을 마음으로 기렸다.
1970년대 중반에 함석헌선생을 모시고 젊은이 7~8명과 모산 구화고등공민학교에서 수련회를 가졌다. 밤에 뜰에서 다석과 남강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셨다. “제게 좋으신 선생님이 계셨지요. 다석 유영모 선생님”하면서 깊은 감사와 감동을 표현하시고 남강 선생에 대해 말씀할 때는 좋으시다는 말씀도 없이 “아 남강 이승훈 선생님!”하고 목이 젖어드셨다. 겨레의 스승으로 존경받는 함석헌이 70대 중반의 나이에 다석과 남강을 그리워하고 존경하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함석헌은 영원한 학생이고 청년이라고 생각했다.
1980년 민주화의 봄이 왔을 때 함석헌은 YMCA강당에서 강연을 했다. 정치의 계절이라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모였다. 함석헌은 이 강연에서 “내게 하나밖에 없는 선생님, 지금도 살아계신 다석 유영모 선생님”이라고 했다. 1981년 2월 3일에 다석이 죽은 다음에 한 강연에서는 “내게 하나밖에 없는 선생님, 지금은 돌아가신 다석 유영모 선생님!”이라고 했다. 다석에 대한 함석헌의 절절하고 깊은 마음을 알 수 있다. 함석헌은 평소에 다석을 가리킬 때는 아무 호칭도 붙이지 않고 그저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유선생님’이라고 하면 제자뻘인 성천 유달영을 가리켰다. 청중이 다석을 모르니까 ‘다석 유영모 선생님’이라고 한 것이다.
1921년에 유영모를 처음 만난 함석헌은 유영모를 “마음이 가라앉은 분···자기를 꼭 지키고 있는 분”이라고 했고, 몸가짐이 흐트러지거나 큰 소리를 내지 않았고, 걸음걸이가 한결 같았고 앉을 때는 늘 무릎을 꿇고 앉았다고 하였다. “무슨 일에나 누구에게나 그저 예사로 대하시는 일이 없으신” 분이며 정성스럽고 참된 분이라고 하였다.
겸허하게 참을 추구했던 다석은 참을 찾는 벗을 소중히 여겼다. 제자나 후배도 ‘언니’나 ‘형’이라 불렀다. 함석헌을 ‘함언’, ‘함형’이라 불렀고 김교신을 ‘김언’, ‘김형’이라 하였다. 20 여년 아래인 이현필하고도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1939년에 쓴 “저녁찬송”에서는 다석이 제자인 함석헌을 ‘형’이라 부르고 자신을 ‘제’(弟)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함석헌은 유영모 앞에서 몸가짐을 매우 조심하였고 끝까지 자신의 스승으로 높였다. 함석헌도 자신보다 20세 이상 연하인 안병무와 김용준을 ‘형’이라 불렀다. 이처럼 호칭에 자유로운 것은 다석이 남성과 연장자 중심의 가부장제적 권위주의에서 벗어난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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