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광규 시모음 공광규 시모음 소주병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 시집 <소주병>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5.12
무량사 한 채 - 공광규 무량사 한 채 오랜만에 아내를 안으려는데 “나 얼마만큼 사랑해!”라고 묻습니다 마른 명태처럼 늙어가는 아내가 신혼 첫날처럼 얘기하는 것이 어처구니없어 나도 어처구니없게 그냥 “무량한 만큼!”이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무량이라니! 그날 이후 뼈와 살로 지은 낡은 무량사 한 채.. 詩 詩 詩.....♡/사 랑 그 리 고 2015.04.13
낚시터 - 공광규 낚시터 - 공광규 낚시꾼이 연못가에 ?표로 앉아서 ?표 낚싯바늘을 물에 넣고 있다 언제쯤 물까? 낚시꾼 머릿속은 온통 ?표일 거야 물고기도 물속에서 물까? 말까? 머릿속이 온통 ?표일 거야 낚시꾼과 물고기 어느 쪽에 ?표가 더 많을까? 내 머릿속도 ?표 ㅡ『창비 어린이』(2014, 겨울호) 詩 詩 詩.....♡/동 시 ♬ 좋 아 2014.12.30
얼굴반찬 - 공광규 얼굴반찬 ㅡ 공광규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 詩 詩 詩.....♡/동 시 ♬ 좋 아 2014.06.14
별국 - 공광규 별국 - 공광규 가난한 어머니는 항상 멀덕국을 끓이셨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손님처럼 마루에 앉히시고 흰 사기그릇이 앉아 있는 밥상을 조심조심 받들고 부엌에서 나오셨다 국물 속에 떠 있던 별들 어떤 때는 숟가락에 달이 건져 올라와 배가 불렀다 숟가락과 별이 부딪치는 맑은 국.. 詩 詩 詩.....♡/달 별 풀 꽃 새 2014.01.07
별 닦는 나무 - 공광규 별 닦는 나무 - 공광규 은행나무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부르면 안 되나 비와 바람과 햇빛을 쥐고 열심히 별을 닦던 나무 가을이 되면 별가루가 묻어 순금빛 나무 나도 별 닦는 나무가 되고 싶은데 당신이라는 별을 열심히 닦다가 당신에게 순금물이 들어 아름답게 지고 싶은데 이런 나를 별 .. 詩 詩 詩.....♡/달 별 풀 꽃 새 2013.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