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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반찬 - 공광규

moon향 2014. 6. 14. 18:12

 

 

 

  얼굴반찬 ㅡ 공광규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들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 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서 얼굴 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