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표 2

9H - 홍일표

9H 잠 못 드는 몸을 웅크리고 연필 속으로 들어가 화석이 된 계절이 있다 흰 종이 위에 너를 펼쳐 적는다 굽이굽이 이어 진 선을 따라가다보면 내가 지워져서 숨기 좋은 골목이 나 타나고 먹통의 전화선을 목에 감고 죽은 낮달이 보인다 발 목 없는 그림자처럼 어디로도 이어지지 못한 입 속의 말들 깊은 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나무속에 박힌 연필심이다 가늘고 긴 광맥을 누군가는 보긴 볼 테지만 나는 아직 발설 하지 못한 밤을 내장하고 있어 쥐눈이콩처럼 까맣게 눈뜨 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하늘에 날아다니는 별로 오해하거 나 반딧불이를 잡겠다고 포충망을 들고 다가올지 모르지만 나는 부러진 연필심을 발견한다 밤의 밀어를 받아 적던 심야의 속기사를, 사각사각 종이 위를 혼자 걸어가던 등만 보이는 한 남자를 낡은 서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