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감자
검정 비닐봉지 속에서 썩으려고
너희 집에 온 것이 아니다
감자볶음이 되든 삶은 감자가 되든
그 어떤 요리의 재료가 되든
밥상에 오르기 위해서 온 것이다
그냥 내버려 두면
내가 줄 수 있는 건 썩은 냄새뿐이다
염소
까만 염소가
풀을 잔뜩 먹고는
나무 아래 누워서
곰곰이
되새김질해요
하는 일 없이
먹기만 해도 될까?
수염까지 났는데
이렇게 살아도 될까?
한 번씩
고개를 저으며
되새김질해요
도둑고양이
나보고
도둑고양이라 하지만
요즘 고양이 중에
일해서 먹고사는 고양이
몇이나 되나요?
주는 것만 먹고 사는
집고양이야말로
문제 고양이 아닌가요?
그나마 나는
스스로 먹을 것 찾으러
온 동네 쏘다닌다고요
초승달
하늘에
흔들의자 하나 있네
하느님 앉아서
쉬시면 좋겠네
하느님도
힘든 날 있을 테니까
『생각하는 감자』 - 박승우 쓰고, 창비 펴냄
저자 박승우는 1961년 경북 군위 출생입니다.
2005년 대구문학 신인상에 詩로 등단하였으며,
200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동시집 <백점 맞은 연못>과 <생각하는 감자>를 냈습니다.
저자의 발상 창고가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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