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깐 만.....♡/책 읽 는 시 간

『생각하는 감자』- 박승우

moon향 2016. 7. 20. 12:47

 

 

생각하는 감자

 

 

검정 비닐봉지 속에서 썩으려고

너희 집에 온 것이 아니다

 

감자볶음이 되든 삶은 감자가 되든

그 어떤 요리의 재료가 되든

밥상에 오르기 위해서 온 것이다

 

그냥 내버려 두면

내가 줄 수 있는 건 썩은 냄새뿐이다

 

 

 

염소

 

 

까만 염소가

풀을 잔뜩 먹고는

나무 아래 누워서

 

곰곰이

되새김질해요

 

하는 일 없이

먹기만 해도 될까?

 

수염까지 났는데

이렇게 살아도 될까?

 

한 번씩

고개를 저으며

되새김질해요

 

   

 

도둑고양이

 

 

나보고

도둑고양이라 하지만

 

 

요즘 고양이 중에

일해서 먹고사는 고양이

몇이나 되나요?

 

주는 것만 먹고 사는

집고양이야말로

문제 고양이 아닌가요?

 

그나마 나는

스스로 먹을 것 찾으러

온 동네 쏘다닌다고요

 

 

 

초승달

 

 

하늘에

흔들의자 하나 있네

 

하느님 앉아서

쉬시면 좋겠네

 

하느님도

힘든 날 있을 테니까

 

 

 

 

『생각하는 감자』 - 박승우 쓰고, 창비 펴냄

 

 

  저자 박승우는 1961년 경북 군위 출생입니다.

2005년 대구문학 신인상에 詩로 등단하였으며,

200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동시집 <백점 맞은 연못>과 <생각하는 감자>를 냈습니다.

저자의 발상 창고가 어디인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