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만리 - 조정래 (moon향 읽음)
2013년 작년 한 해를 달군 책으로 나는 주저 없이 조정래의 『정글만리』 를 택할 것이다. 정글만리는 바로 중국을 뜻한다. 이 책은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함께 2014년 초반에도 인터파크와 예스24 인기순위 탑10에 들어가 있다. 베스트셀러는 좀처럼 사 보지 않는 나는 이 책을 동네 이웃에게서 빌려보았다. 처음 읽었을 때는 중국에서 두 번째 인생을 살고자 하는 한 의사와 주변인들의 비즈니스와 러브스토리가 먼저 보였지만, 두 번 세 번 읽게 되면서 조정래의 어마어마한 필력에 녹아버렸다. 그는 1990년대 초반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가 중국을 무대로 소설을 써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20여 년을 꾸준히 고민하는 작업 중에 중국 전역을 답사하며 구성을 짜고 본격적으로 집필에 몰두한 이후 작가는 매일 원고지 20~40매 분량을 펜으로 꼼꼼히 써내려감으로써 작품을 완성했고, 집필과 동시에 네이버 사이트에 약 3개월 동안 일일 연재하며 네티즌과 함께 호흡했다. 나는 이 책이 그의 스테디셀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정글에 대해 공부하지 않고서는 정글만리를 갈 수 없다. 특별히 청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어떻게 다시 볼 것인지, 앞으로 한국인은 어떤 시대정신을 가지고 살아야 할지를 알려준다.
조정래, 그는 1943년 전남 승주군 선암사에서 태어났다. 광주 서중학교(광주제일고의 전신) 를 거쳐 서울 보성고등학교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과에 입학한다. 이 무렵 같은 과 동기인 김초혜를 만나고 후에 결혼으로 이어진다. 쉼 없는 집필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가로지르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유명한 그가 이제 만리장성의 나라로 가자고 손짓한다.
3권이라는 긴 장편소설 속에서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독특하고 진취적이다. 나태한 사람은 한 사람도 나오질 않는다. 신입사원 때 중국으로 발령받은 종합상사 부장 전대광은 중국인 ‘꽌시(關係)’를 잘 얻게 되어 회사에서 크게 인정받는다. 그곳에서 세관원인 샹신원의 의뢰로 한국에서 실력 있는 성형외과 의사 서하원을 데려온다. 그는 불운의 사고로 수억의 배상금을 무는 바람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할 수 없이 상하이 땅을 밟았으나, 새로운 병원을 일구어 나가며 기러기아빠 노릇을 하다가, 또 한 번의 경제적 위기에 봉착한다.
20대 청년 송재형은 베이징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다가 동아리 활동 중 뒤늦게 역사학에 눈을 뜨고, 전공을 바꾸기 위해 삼촌인 전대광을 찾아 협조를 구한다. 수재들의 집합소로 일컬어지는 명문 베이징대에서 역사학도인 리옌링(리완싱의 딸)을 만나서 한국과 중국의 근현대사를 되돌아보고 일본과의 뒤틀린 민족감정을 심각하게 접근해간다. 만주사변과 난징대학살을 모르는 학생들에겐 좋은 역사지침서가 될 것이다. 그들은 동북아시아에서 한국과 중국이 어떻게 일본에 대처해야 하는 지를 이야기하며 사랑을 꽃피운다.
프랑스 회사 이사인 자크 카방은 광저우의 큰 사업가 리완싱에게 옥을 납품받는다. 그는 중국인들의 손 기술과 싼 인건비를 이용해 유럽시장에 명품 액세서리와 장식품을 공급하지만, 한편 부를 위해서라면 사방팔방으로 머리회전이 빠른 리완싱이 중국인들의 선호하는 숫자 8과 배꽃무늬 디자인을 수놓은 프랑스 명품지갑 제작으로 큰 성공을 거둔다. 중국식 사회주의 부유층의 ‘만만디‘적인 삶과 부를 과시하고자 하는 인간의 전형적인 예이다.
한국,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 다섯 나라 비즈니스맨들과 얽히고설킨 주변 인물들과 함께, 부자가 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고 ‘구걸은 부끄러워도 몸을 파는 것은 부끄럽지 않다’면서, 오직 잘 살겠다는 목표만을 쫓아서 도시로 모여드는 자들의 욕망 때문에 싼 목숨으로 취급을 받는 자들의 어두운 면을 거르지 않고 보여준다. 우리나라가 60-70년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온 국민들이 힘을 합쳐 이루어 낸 한강의 기적과는 또 다르다. 계란까지 짝퉁으로 만들어 파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없는 것은 인권이다. 그들 특유의 ‘런타이둬(人太多 : 사람이 너무 많아! 그러니까 좀 없어져도 돼. 나는 빼고...... )’ 에서 벌어지는 인명경시사상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중국의 더 큰 도약이 무의미 할 것으로도 보인다. 이제는 그들에게도 진정한 민주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어쩌면 피를 부르는 혁명이 또 한 번 터질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북경에서 온 편지』로 유명한 작가 펄 벅(Pearl Buck)은 1962년에 중국에 대해 “그들이 빛의 속도로 산업화하고 근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오십 년이 되지 않아서 중국은 혁혁한 발전으로 세계경제의 중심에 G2로 우뚝 서 있다. 생활용품 다이소 매장의 값싼 중국 제품만을 보고 중국은 싼 나라이며 세계의 공장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유통업자들이 큰 마진을 보기 위해서 중국의 하급 물건을 들여와 팔기 때문이다.
『정글만리』는 중국해설서가 아닌 소설이기에 빠지는 부분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교육이다. 현재 상하이에 살고 있는 지인의 이야기로는 중국은 아이를 하나씩만 낳아 기르기 때문에 교육열이 한국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대단하다고 한다. 중국은 이제 세계의 공장이 아닌 큰 시장이 되어 강대국으로 떠올랐다. China(차이나)가 진정한 차이가 나는 나라가 되기 위해 물불 안 가리고 노력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경계해야 하며 또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겨울에 읽었던 책 중에서 『나의 몫』과 함께 가장 울림이 큰 책이다. 앞으로 몇 번 더 읽어봐야 할지 모르는 데, 빌린 책이라 도로 갖다주어야 한다.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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