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깐 만.....♡/책 읽 는 시 간

『제니의 다락방』- 제니퍼 헌틀리

moon향 2020. 5. 18. 23:40

 

 밤비가 내린다. 오랜만에 책을 소개한다. 1980년에 외국인 소녀의 눈으로 본 5•18 이야기다. 당시 광주기독병원 원목이었던 '찰스 베츠 헌틀리'의 딸인 '제니퍼 헌틀리'의 이야기다. 소녀는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라, 1980년 5월을 보았다. 문득 「안네의 일기」가 떠오른다. 책표지를 보면 다락방에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보이고, 제니는 고양이에게 소리를 내지 말라고 쉿, 하는 포즈다. 다락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0 Days in May>라는 영문도 10장 정도 나와 있다. 이화연 님이 원문을 엮어 지었다. 옮긴이는 우연히 노스 캐롤라이나 주에서 Jennifer Huntley를 만나 광주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고 한다. 생각해 보라! 외국 땅에서 미국인이 당신에게 5•18에 대해 물어본다면 어떻게 대답할 수 있겠는가? 역자는 자기보다 많은 사실을 알고 있는 외국인에게 고개가 숙여졌다고 한다. 증언 같은 이야기를 듣고 숙제처럼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의 아버지 찰스 베츠 헌틀리는 1980년 5월에 '무조건 피신하라'는 미국 정부의 권고에도 광주에 남아 위험을 무릅쓰고 시민들을 숨겨주었다. 저널리스트였던 부인과 직접 찍은 현장 사진을 인화해서 광주의 진실을 국외로 알렸다. 똑같은 자료를 한국 기자에게도 보냈으나 국내에는 한 장의 사진도 보도되지 않았다. 헌틀리 목사는 2017년 세상을 떠났으며 유언에 따라 유골의 절반이 광주 양림동 선교사 묘역에 안장되었다. 그의 묘비명은 '나는 용서 했습니다'



1980년에 제니퍼와 비슷한 나이였는데도, 학교에 왜 안 가는지 누구에게 묻지 못할 정도로 나는 어리버리했다. 신작로에 나가면 큰일난다는 말을 듣고 집안에서만 놀았으나 알 수 없는 공포감이 있었다. 그때 주검을 보았더라면 트라우마가 상당했을 것 같다. 6•25를 겪지 않은 세대로서, 전쟁터란 그런 것일까? 동네 아저씨들이 모여 급박한 말들을 주고받았던 날들은 너무나 불투명했고, 여러 의문들도 세월의 강을 타고 그저 흘러가기만 할 뿐이었다. 시부모님께서 당시 쌀집을 하셨기에 주먹밥을 해서 리어카로 밀고 전남 도청까지 다니셨다고 한다. 남편도 서너 번 따라갔는데 그때 본 주검들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2020년, 미국이든 독일이든 멕시코든 실시간으로 모든 정보를 나누는 우리들... 그때도 이런 시스템이었다면 누가 감히 광주를 봉쇄하고 무고한 시민에게 총을 겨눌 수 있었을까? 40년이 지난 지금은 안타깝게도 코로나가 온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 그땐 정부가 시민의 눈과 입과 귀를 틀어막았고, 이젠 바이러스가 우리를 통제한다. 최근에 '하늘마음'이라는 출판사를 알게 되어 직접 구입했다. 어제 모 뉴스에 소개가 되면서 저자의 인터뷰가 나오길래 깜짝 놀랐다. 동화책이 어린이만의 전유물은 아니리라. 각박한 세상에서 늘 바쁜 어른에게 오히려 좋은 장르일 수도 있다.



2017년 Charles Betts Huntley(허철선) 선교사 유해 안장식

묘비에 '나는 용서 했습니다' 한국어가 또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