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The Education of Little Tree》
아름드리미디어 2016(5판7쇄)
1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너구리한테도 뺏기고…… 우리 체로키한테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아. 뒤룩뒤룩 살찐 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들은 그러고도 또 남의 걸 빼앗아오고 싶어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고, 그러고 나면 또 길고 긴 협상이 시작되지. 조금이라도 자기 몫을 더 늘리려고 말이야. 그들은 자기가 먼저 깃발을 꽂았기 때문에 그럴 권리가 있다고 하지…… 그러니 사람들은 그놈의 말과 깃발 때문에 서서히 죽어가는 셈이야…… 하지만 그들도 자연의 이치를 바꿀 수는 없어."(28)
우리는 봄과 여름 동안에는 덫을 놓지 않았다. 짝짓기와 싸움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동물들도 마찬가지라는 게 할아버지의 설명이었다. 또 할아버지는 설령 짝짓기를 하고 난 다음이라 해도 사람들이 사냥을 계속하고 있으면, 그들은 새끼를 낳아 기를 수도 없고, 그렇게 되면 결국 우리 인간도 굶어 죽고 말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나는 동물들의 번식기인 봄과 여름 동안에는 주로 물고기만 잡았다.(191)
4월의 비에는 상쾌하고 들뜬 기분과 왠지 모를 서글픔이 함께 베어 있다. 할아버지도 항상 그런 감정들이 뒤범벅된 느낌을 받는다고 하셨다. 그 비는 서글픈 기분을 갖게 한다. 아무도 그걸 붙잡아둘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건 눈 깜짝할 새에 스러져가는 그리움 같은 것이었다.
2
소년은 체로키 족입니다. 체로키 족…… 사전을 찾아봤더니
소년에게도 따뜻한 일들만 일어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법(法)'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눈을 뜨고 있는데도 이 소년이 사생아라며 고아원에 넣어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나를 1학년 반에 넣었다. 그 반에서는 와인 씨가 가르쳐준 덕분에 이미 알고 있는 셈법들을 배우고 있었다. 뚱뚱하고 덩치 큰 여자가 수업을 끌어갔다. 그 여자는 무척 사무적이어서 눈곱만치의 어리석은 행동도 용서하려 하지 않았다.
한번은 그 여자가 사진 한 장을 들어 보였다. 사슴 두 마리가 시냇물을 건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어찌나 서로 펄쩍거리며 뛰어오르고 있던지, 마치 누군가한테 떼밀려서 물 밖으로 솟아오른 것같이 느껴졌다. 덩치 큰 여자는 사슴들이 뭘 하고 있는지 누구 아는 사람 있느냐고 물었다.
한 아이가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것 같다, 아마 사냥꾼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러자 또 다른 아이 하나가 사슴은 물을 싫어하기 때문에 서둘러 건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 여자는 뒤에 말한 아이의 설명이 맞다고 했다. 내가 손을 들었다.
나는 수사슴이 암사슴의 엉덩이 위로 뛰어오르는 걸 보면 그들이 짝짓기하는 중인 게 틀림없다, 게다가 주위의 풀이나 나무 모습들을 보더라도 그때가 사슴들이 짝짓기하는 철이란 걸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 뚱뚱한 여자는 갑자가 얼이 빠진 것 같았다. 그 여자가 입을 벌렸지만, 그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지는 않았다. 누군가 웃었다. 그 여자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치더니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여자가 들고 있던 사진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여자는 어디가 아픈지 한두 걸음 뒤로 비실비실 물러서기까지 했다.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제자리에 서 있던 그 여자가 갑자기 내 쪽으로 달려왔다. 교실 전체가 순식간에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 여자는 내 멱살을 움켜쥐더니 이리저리 흔들어댔다. 그 여자는 얼굴을 벌겋게 붉히면서 고함을 질렀다.
"진작에 알았어야 했는데…… 우리 모두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이, 이렇게 추잡스럽다니…… 이 사생아 녀석아!"1
- 335~336쪽에서. [본문으로]
돌아댕기다가, 제 별명이 보이길래,
휘리릭 가져와버렸습니다!(^-^)
파란편지 선생님, 감사함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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