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깐 만.....♡/책 읽 는 시 간

『기러기는 차갑다』- 안도현

moon향 2016. 11. 17. 18:47

 

 

 

 

안도현 시인의 동시집 『기러기는 차갑다』를 소개합니다.

 

지난 10월에 문학동네에서 동시감상문 편지 이벤트가 있었어요.

『기러기는 차갑다』- 안도현, 『어쩌려고 저러지』- 김용택

동시집을 읽은 감상문을 손편지나 메일로 보내는데 

마감이 10월 20일 늦은 6시까지라 메일로 급하게 쓰다

'기러기는 차갑다'를 김용택 시인에게 잘못 보낸 것입니다ㅠㅠ

(다른 분의 시로 감상문을 보내다니...이런 대실수를)

그 사실을 안 때가 마감 10분 정도 남길 때라서

아래 이메일을 다시 안도현 시인에게 보냈지만

막판에 실수한 것 없나 살피느라...떨려서

발송 클릭 누르는데 그만 2분을 넘겼어요.

이벤트 당첨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하고는...

담당자님께 제 실수에 대한 사과메일을 보냈는데... 

(김용택 시인님께 보낸 것은 취소해달라고요ㅠㅠ)

어제 당첨 연락이 왔어요...

시간이 충분했다면 저도 손편지를 준비해서

시인에게 답장 받았을 텐데...이미 지난 일.

 

결론은

 

정보에 강하자!

기회에 강하자!

시간을 잘 지키자!

엉뚱한 실수를 줄이자!

또 뭐 있을까요?

과욕을 버리자?!

 

진짜...이렇게 써놓고도 어렵네요

(제가 인공지능도 아니고, 참ㅠㅠ)

 

 

 

기러기는 차갑다 -  안도현

 

 


기러기가 왜 차갑지? 하고
나한테 물어봐 줘
내가 말해 줄게


겨울이 왔잖아
기러기는 겨울에 날아오잖아
멀리, 멀리, 멀리
북쪽에서 날아오니까
기러기는 차가운 거지
텅, 텅, 텅
빈 공중을 날아오느라
기러기는 차가운 거지

그러면 저 기러기
집에 데려와서 기르자
날개 밑에 손을 넣어
따스하게 만져 주자
언 강물 풀리면
물갈퀴도 빌리자

 

 

 

 

어쩌려고 저러지 - 김용택


 

마당에 나비가
날아왔어요.
나비는 흰나비,
나비가 마당을 지나
돌담을 넘더니
밖으로 날아갑니다.
마늘밭을 지나
시금치밭을 지나
팽나무 곁을 지나
길을 건너
모래밭을 지나
바다로 날아갑니다.
나풀나풀, 나풀나풀
물에 닿을 듯 말 듯
바다 위를 날아갑니다.
어쩌려고 저러지
어쩌려고 저러지
저 나비가
어쩌려고
지금
저러는 거지.

 

 

 

 

 

안도현 시인님께,

 

푸른 하늘이 시크하게 웃는 날에 편지를 씁니다.

저는 시도 좋아하고 동시도 좋아하는 아줌마랍니다.

대부분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맘에 드는 시집을 산답니다.

문학동네 카페에 우연히 가입했다가

동시 이벤트가 보이길래 기쁜 마음으로 응모합니다.

 

시인님!^^ 

기러기는 왜 차가운지 물어보라고 해서 여쭙니다.

기러기는 겨울에 날아오나요?

그런 줄 몰랐습니다.

북쪽에서 날아오나요?

이제야 알았습니다.

멀리, 멀리, 멀리 날아오느라

텅, 텅, 텅 날아오느라

빈 공중에서 힘들었겠어요!ㅠㅠ

 

①기러기를 집에 데려오면, 새우깡을 줘도 될까요?

②날개 밑에 손을 넣으면, 간지럽다고 깔깔 웃지 않을까요?

③물갈퀴를 빌려주라고 하면, 순순히 빌려줄까요?

 

위 세 가지를 시인님의 기러기에게 직접 물어 봐주실 수 있나요?^^

 

제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주로 동화집만 사줬는데

불혹이 지나 문득 동시에 빠지면서 후회한 일은 바로

'왜 애들에게 동시를 풍성하게 맛보게 하지 않았나?'입니다.

집에 동화책은 몇 질 쌓아놓고도 동시집 한 권을 사지 못했을까요?

저는 이제부터 좋은 동시를 여러 곳에 알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조카손주들이 태어나면 동화책보다 동시집을 사주기로요.

 

안도현 선생님은 시인으로 더 많이 알려졌는데

동시를 읽고 많이 놀랐습니다.

어느 인터넷 공간에서 읽은 동시가

'빗줄기로 국수 만드는 법'이랍니다.

 

좍좍 퍼붓는 굵은 장대비로는 칼국수를 만들고

가랑가랑 내리는 가랑비로는 소면을 만들고

오고 또 오는 질긴 장맛비로는 쫄면을 만들자 

 

그때는 그 동시가 너무 재밌어서 킥킥거리고 웃었습니다.

짧은 시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신기했습니다.

동시 한 편에도 이야기가 녹아있으니 동화 같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읽고, 나누고, 써 보겠습니다.

 

 

2016년 10월 20일

 

 OOO 올림

 

 

※아래에  김용택 시인과 안도현 시인의 육필을 공개합니다.

최고상인 '나도시인상'을 받은 분들께 보낸 답신이에요.

개인적으로는 김용택 시인처럼

꾹꾹 눌러쓰는 글씨체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