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 초롱
아동문학가 강소천 탄생 100주년 기념 동요시집(2015년 복간)을 소개합니다.
강소천은 1915년 함경남도 출생으로 함흥 영생고등보통학교에 다녔습니다.
17세 때부터 어린이 잡지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황순원, 박목월, 조지훈 등 여러 글벗과 교류했답니다.
1939년, 25세의 나이로 매일신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이 되었고,
1941년에 펴낸 동요시집에는 33편의 동요시와 두 편의 동화가 수록되었어요.
「호박꽃 초롱」 정가는 1원 50전으로 한정판 500부만 발행되었다고 합니다.
일제 말기였던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말로 책을 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 동요시집 앞머리에는 영생고보 교사였던 백석이 서시를 썼습니다.
서시 1연을 현대어에 가깝게 고치면 아래와 같습니다.
하늘은
싸리 울타리에 우는 병아리를 사랑한다.
우물 돌 아래 우는 땅벌레를 사랑한다.
그리고 또
버드나무 밑 당나귀 소리를 흉내 내는 시인을
사랑한다.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1936)'라는 시에 나오는
당나귀가 여기까지 와서 응앙응앙 울었을까요?
백석은 '당나귀'라는 시어를 참 좋아한 듯하고
제자 혹은 후배로 강소천을 많이 아낀 것으로 보입니다!^^
(백석과 강소천은 세 살 차이)
세상은 몰라도 좋으나 '송아지와 꿀벌'은 이 시인을 알을 것이다라고 말했어요.
강소천은「호박꽃 초롱」 출판 10년 뒤에 고향을 뒤로 하고 혼자 월남했습니다.
한국전쟁의 소용돌이속에 굶주림과 슬픔에 빠진 어린이들을 위해 평생 동화를 썼답니다.
49세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 권의 동요시집과 아홉 권의 동화집을 세상에 남겼습니다.
특히 「꿈을 찍는 사진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환상동화'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동요인 '나는 나는 갈 테야'의 원제는
'보슬비의 속삭임'이랍니다.
시 전문에 '보슬비'라는 시어가 없는데도,
빗방울의 낭랑한 속삭임이 느껴지지 않나요?♥
보슬비의 속삭임
나는 나는 갈 테야
연못으로 갈 테야
동그라미 그리려
연못으로 갈 테야
나는 나는 갈 테야
꽃밭으로 갈 테야
나비 꿈을 엿보러
꽃밭으로 갈 테야
나는 나는 갈 테야
풀밭으로 갈 테야
파란 손이 그리워
풀밭으로 갈 테야
※'나'가 누구인 줄도 모르면서 자꾸만 어디론가 간다고
따라불렀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아침입니다!^^
호박꽃 초롱
호박꽃을 따서는
무얼 만드나
무얼 만드나
우리 애기 쬐꼬만
초롱 만들지
초롱 만들지
반딧불을 잡아선
무엇에 쓰나
무엇에 쓰나
우리 애기 초롱에
촛불 켜 주지
촛불 켜 주지
<조선중앙일보> 1935년 9월 3일
*초롱 : 불을 켜 담아 들고 다니도록 만든 것.
동시 카테고리에 '그림자와 나 - 강소천'을 소개했던 적이 있습니다.
(http://blog.daum.net/yjmoonshot/3470)
어린이의 외로운 정서를 공감하는 동시와 동화를 많이 쓰셨는데,
북에 두고온 가족과 고향산천 생각으로 가득찼기에 그러셨겠지요...
『호박꽃 초롱』 - 강소천, 재미마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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