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 http://blog.naver.com/ujoyee/220596313305
1. 읽게 된 계기
이 책이 출간되었던 게 2014년도였는데, 강남 교보문고에서 한 테이블 꽉 채워 이 책을 올려뒀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평소에 글 쓰는 데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금세 내 눈길을 사로잡았었는데 혹여나 저게 마케팅이 빡세서(!) 눈에 들어온 게 아닌가 고민을 했었다. 표지도 깔끔하고 대통령의 글쓰기는 어떤걸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책이 꽤 괜찮아 보여서 살까 했는데 그래도 마케팅빨인가....싶어서 좀 기다려보자 했었다. 그때 바로 읽었던 내용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작가는 원래 글쓰기에 재능이 있지도 않았는데 글쓰기를 업으로 삼게된 특별하고도 평범한 이유. 그 이유를 보고 누구나 글을 잘 쓰게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일단 '다음에 살까?' 하며 돌아섰었다.
최근 페이스북 스크롤을 스윽 내리는데,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책 목록이 떴다. 그 중에 이 책이 있었는데, 그렇다면 누군가에게는 꽤 볼만한 책이었던 거라는 생각이 들어 잊고 있던 기억속에서 이 책을 끄집어냈다. 어떤 책을 읽어볼까 고민하던 차에 이 책을 포함해 몇 권을 목록에 넣고, 바로 도서관으로 향했다.
2. 저자에 대해서
찾아보니 이미 개인 블로그를 통해 글쓰기에 대해 네티즌들과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1962년 생이셨는데, 아부지랑 동갑이시다. 두 분 다 각자의 자리를 확실히 갖고 계신걸 보니, 20대가 보기에 50대는 멀고 먼 시기 같지만 그때 쯤에는 나도 그래야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시고 90년에 대우증권에 입사했다. 그러다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실 행정관이 된 사연은 책에 나오는데, 우연이 운명임에 틀림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정부에서 8년간 대통령의 말과 글을 다듬은 분.
3. 인상 깊은 구절
p.7
"글로 보여줄 거죠?"
p.16
'어떻게 쓰느냐'와, '무엇을 쓰느냐'의 차이다. 어떻게 쓰느냐, 다시 말해 어떻게 하면 멋있게, 있어 보이게 쓸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것은 부질없는 욕심이다. 그러나 무엇을 쓰느냐에 대한 고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글의 중심은 내용이다.
p.19
p.26
무엇을 하려고 할 때 세 번 생각한다는 것이다. 첫째, 이일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생각한다. 둘째, 나쁜 점은 무엇인지 생각한다. 셋째,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한다.
p.28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은 글을 잘 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특히 자신이 써야 할 글이 정해지면 그 글의 주제에 관해 당분간은 흠뻑 빠져있어야 한다.
p.46
책을 읽지 않으면 생각할 수 없고, 생각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다. 따라서 독서 없이 글을 잘 쓸 수 없으며, 글을 잘 쓰는 사람치고 책을 멀리하는 사람은 없다.
p.48
"책을 읽고 새로운 지식이나 지혜를 발견했을 때, 깊이 생각하여 새로운 이치를 깨달았다 싶을 때, 혼자 생각한 이치를 훌륭한 사람이 쓴 책에서 다시 확인했을 때, 저는 행복을 느낍니다. 어떤 때에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일어서서 방안을 서성거리기도 합니다."
p.53
노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갈 무렵 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회고록이 아니었다. 재임 때의 경험을 글로 남겨 후일에 참고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성공만이 아니라 실패의 기록도 남기고자 했다.
p.56
준비 안 된 연설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하지만 대통령에겐 임기 중 가장 오랜 시간, 가장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연설이었다.
p.58
<대차대조 메모법>
책을 읽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나오면 책의 여백이나 노트에 대차대초표를 그리듯이 도표를 그렸다. 도표 한쪽에는 책의 내용을, 다른 한쪽에는 자신의 의견을 적고 그 해법을 얘기했다. 생각이 묻혀 사장되지 않도록 철저히 메모했다.
p.59
퇴임 후에도 여섯 권의 노트를 남겼다. 마지막으로 남긴 것 중에 하나가 노무현 대통령 추도사 요지였다. 말미에 '정부 반대로 하지 못함'이라고 적혀있다.
p.59
(노 대통령 일화)연도는 정확하지 않지만, 신년에 경제인을 대상으로 연설하기 위해 대한상공회의소에 갔다. 대통령이 알아서 하겠다고 따로 연설문을 준비하지 말라고 한 자리였다.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선 대통령이 양복 안주머니를 뒤지다 난감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여러분께 드릴 말씀을 잔뜩 메모해 놨는데, 아침에 옷을 갈아입으면서 두고 왔네요. 그런데 메모를 하면서 다 외웠으니 걱정 마시기 바랍니다."
p.68
몇 가지만 명심하면 횡설수설하지 않는다. 가급적 한 가지 주제만 다루자. 이것저것 다 얘기하려고 욕심 부리지 말고.
p.69
오락가락하지 않으려면 세 가지가 명료해야 한다. 첫째는 주제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나는 이 글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가, 이 글을 읽은 사람의 머릿속에 어떤 말을 한마디를 남기고 싶은가. 둘째, 뼈대다. 글의 구조가 분명하게 서 있어야 한다. 셋째, 문장이다. 서술된 하나하나의 문장이 군더더기 없이 명료해야 한다.
p.71
목적이 '설명'에 있다면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써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주장'이 글을 쓰는 목적이라면 주관적으로 자신의 단호한 입장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
p.74
주된 기조로 80%, 그렇지 않은 쪽으로도 20% 정도를 안배하는 게 좋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모든 진실에는 흑백이 없다."
p.78
미국 백악관의 경우, 연설문을 쓰는 사람 수 보다 더 많은 조사팀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p.85
백지에 명제들을 툭툭 던져놓고 명제와 명제 사이의 빈 공간을 채워 가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채워 가다보면 한 편의 글, 한 권의 책이 완성된다.
p.87
어느 구조로 글을 쓰건 분량 안배는 중요하다. 서론-본론-결론으로 틀을 짠 경우, 각각의 비율을 미리 정해놓고 글쓰기에 들어가야한다. 통상 10:70:20 정도가 적절한 수준이 아닌가 싶다.
p.95
글의 시작은 유혹이어야 한다. 치명적인 유혹이면 더욱 좋다.
p.111
"무엇 무엇이 필요하다고 죽 나열해놓고 하나씩 하나씩 설명한다든지, 받아치고 되친다든지, 그런 입체 구조 없이 넘어가면 글이 밋밋해집니다." <노무현 대통령>
p.113
글로 반박할 때에는 상대방이 쓴 내용을 요약한 후, 그에 대해 조목조목 차분하게 반박한다. 말의 경우, '무엇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과연 그런가요?'와 같이 하나씩 반론을 제기한다.
p.115
"싫증 나는 문장보다 배고픈 문장을 써라." 몽테뉴만 아는 얘기가 아니다. 누구나 하는 얘기다. 최대한 단문으로 써라. 쪼갤 수 있는 데까지 쪼개서 써라. 끊을 수 있는 데까지 끊어라.
p.122
"기적은 기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p.125
글쓰기는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다.
첫째, 무엇에 관해 쓰지?
둘째, 시작은 어떻게 하지?
셋째, 마무리는 무슨 말로 하지?
p.125
끝내기는 소프트랜딩과 하드랜딩이 있다. 소프트랜딩은 이제 끝이 날 것을 미리 암시하고 끝을 내는 것이다.
(ex. 결론적으로, 마지막으로)
p.138
"모든 초고는 걸레다." 헤밍웨이의 말이다. 그는 <노인과 바다>를 400여 차례 고쳐 썼다.
p.141
아무리 사소한 오류라 할지라도 그것 하나가 글 전체의 격과 신뢰에 손상을 준다.
- 외래어 표기 등 맞춤법과 띄어쓰기 오류는 없는가.
- 숫자, 이름, 연도 등 사실관계 오류는 없는가.
- 쉼표, 물음표, 가운뎃점 등 부호는 정확한가.
- 한자나 영어는 틀린 게 없는가.
- 표절 시비 우려는 없는가.
- 날씨, 종합주가지수와 같은 유동적인 내용의 변동은 없는가.
p.147
일반 글에 있어서도 섹시한 제목이 절반 몫을 한다. 그렇다면 섹시함의 기준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것, 관심을 유발하는 것이어야 한다. 관심이 가는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첫 번째가 궁금증이다. 동공이 커지면서 '이게 뭐지?'라는 의문이 들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동기부여다. '이 내용을 보면 틀림없이 당신에게 이런 점이 이익이 될 거야'와 같이 얻게 되는 이점이 무엇인지 보여줌으로써 보게 만드는 것이다. 좋은 제목의 조건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p.157
"할 말이 별로 없으면 짧게 하는 것으로도 한몫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좀 더 간결하게 다듬어 보십시오." <노무현 대통령>
p.160
누구나 아는 얘기 중에, 더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가 출판사에 원고를 보낸 후 반응이 궁금해서 이렇게 편지를 보냈다.
"?"
이에 대해 출판사에서 답을 보내왔다.
"!"
그 결과로 <레미제라블>이 탄생했다.
p.163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글이 좋은 글이다. 군살은 사람에게만 좋지 않은 게 아니다.
p.173
차라리 어려운 글은 쓰기 쉽다. "쉽게 읽히는 글이 쓰기는 어렵다."고 한 헤밍웨이의 말은 확실히 맞다.
p.179
"단순한 문제를 복잡하게 말하는 데는 지식이 필요하고,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말하는 데는 내공이 필요하다."
p.183
미국의 국민작가 마크 트웨인은 그랬다. "정확한 단어와 비교적 정확한 단어는 번갯불과 반딧불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p.197
"천 마디 말 가운데 쓰레기 같은 말 하나 했다고 그 쓰레기만 주워 담은 신문은 쓰레기통 아니냐."
p.212
"문제를 처리할 때는 반드시 토론을 열심히 해라. 토론의 목적은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의 오류를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교만하지 말아야 하지만, 강한 자존심을 가져야 한다."
p.214
되도록 상대 말을 많이 들어준다. 할 말은 모아두었다가 대화 사이사이에 집어넣고, 꼭 해야 할 말은 빠뜨리지 않는다.
p.231
"나는 먼데일 후보의 나이를 문제 삼지 않기로 결심했다. 먼데일 후보가 너무 젊고 경험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정치적인 목적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p.232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를 붙들고 오열하는 모습은 백 마디 천 마디 말보다 더 큰 감동을 주었다. 비록 당국의 반대로 추도사를 하지는 못했지만 그것은 어느 연설보다 위대한 웅변이었다. 함석헌 선생이 "눈에 눈물이 어리면 그 렌즈를 통해 하늘나라가 보인다."고 하지 않았던가.
p.233
영상 시대다. 비주얼을 무시할 수 없는 시대다. 감성적·정서적 접근이 필요하다. 콘텐츠를 중시하되 이미지도 놓치지 말자. 아니 적극적으로 신경 써 관리하자. 단, 진짜를 보여주자.
p.243
중학교 1학년 노무현도 작은 필화사건을 겪었다. '우리 이승만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글짓기 시간에 '택도 없는 대통령'이란 뜻으로 '택통령'이란 석 자만 써서 낸 것. 그 이유를 묻는 선생님에게 "이승만 대통령이 독재자여서 그랬다."고 답해서 벌선 일이 있다.
p.247
언젠가 김 대통령은 대화가 틀어지는 세 가지 경우를 얘기했다. 첫째는 상대방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고, 둘째는 자기 혼자 결론을 다 내버리는 것이며, 셋째는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것이다.
p.254
2007년 6월 원광대 명예박사학위 수여식. 학위 수여장에 명예박사를 의미하는 '명박'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다.
"이제 걱정이 되는 것 하나가, 여기 보니까 '명박'이라 써놨던데, 제가 '노명박'이 되는가 싶어가지고…. 하여튼 뭐 이명박 씨가 '노명박'만큼만 잘하면 괜찮습니다."
p.257
말이나 글에서 유머를 던지기는 쉽지 않다. 욕심나지만 두려운 게 유머와 조크다. 받아들여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실패했을 때 감수해야 하는 썰렁함 때문이다. 그래서 유머나 조크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p.273
관점과 스타일보다는 작은 얘기지만, 자기만의 느낌도 필요하다. 고유의 감수성 혹은 감각에서 비롯되는 이것이 자기 글의 세 번째 조건이다.
p.274
융합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자기가 쓰고자 하는 대상(A)를 생각할 때, 자신이 쓰고 있지 않은 것(B)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A도 B도 아닌 새로운 C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p.285
칭찬이 의례적이라고 느껴지지 않게 하라. 실제 상황이나 사례를 들어서 구체적으로 하라. 그렇다고 과하면 안 된다.
p.309
"리더는 글을 자기가 써야 한다. 자기의 생각을 써야 한다. 글은 역사에 남는다. 다른 사람이 쓴 연설문을 낭독하고, 미사여구를 모아 만든 연설문을 자기 것인 양 역사에 남기는 것은 잘못이다. 부족하더라도 자기가 써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
p.311
"나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백지를 한 장 갖다 놓습니다. 그리고 그걸 반으로 접습니다. 한쪽에는 어려운 일을 적습니다. 다른 한 쪽에는 다행이고 감사한 일을 적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 번도 한쪽만 채워지는 적은 없었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반드시 좋은 일도 있었습니다. 사는 게 그런 것 같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4. 감상과 생각
사실 읽은 뒤에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바로 책 제목에 관해서다. 이 책 내용이 '대통령의 글쓰기' 보다는 '대통령의 말하기(연설)'에 가깝다는 것과 '대통령의 말하기' 보다는 '두 대통령의 회고'에 가깝다는 것. 그러나 저자가 책에서 말했던 것 처럼 제목을 참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에 대해 저자가 말하고 싶은 내용은 책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사실 앞 부분만 봐도 글쓰기에 대한 내용은 잘 이해될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책에 몰입하게 된 이유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두 대통령이 직접 저자에게 직접 한 말을 인용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 있었던 일들을 예시로 들어 설명했다는 것이다.
한 시대를 이끌었던 두 대통령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 쓴 글을 통해 나도 그 분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았다. 배우고 싶은 점이 정말 많았다.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이 정도로 해야하는 구나 생각이 들어서 주의깊게 읽을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내가 느끼기엔 글쓰기에 대한 설명은 일반적인 편이었지만 예시와 두 대통령의 본보기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내 모자라는 부분들을 두 분의 모습을 통해 채우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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