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주 첫 시집 복간 기념 '시와 랩의 만남' 이색 공연]
詩를 랩으로, 랩을 詩로… 시·힙합 모두 '라임'의 장르
문학 외면 젊은층, 리듬감 즐겨 "언어 감각 복원이 시의 부활"
1월 4일 금요일 저녁 7시. 공연장과 전시장으로도 이름난 이리 카페에서는 시와 랩으로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시작해보자는 초유의 공연이 열린다. 제목은 '이브닝 라임 vol.1:시와 랩의 전격 소통작전'. 힙합 래퍼인 라임어택과 소리헤다의 오프닝 공연을 시작으로 김경주가 이들의 랩 'Night Light' 등을 시로 읽고, 다시 라임어택이 시인의 시 '아버지의 귀두' 등을 랩으로 재해석한 공연을 이어가는 식이다. 연극배우 성경선도 함께 한다.
- 일부 엄숙주의자들은 시와 랩의 만남을 말장난이나 언어유희로 폄하할지 모른다. 하지만 시인에게는 시가 멸종할 거라는 비관에 대한 거부이자, 2030세대와 함께하는 시 부흥운동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의 프로듀서 소리헤다, 시인 김경주, 대중음악평론가 김봉현(왼쪽부터). 공연이 열릴 1월 4일이면, 왼쪽 시‘누군가…’에 새로 라임이 들어가 랩으로 장르가 바뀐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태경 기자
계기는 김경주의 첫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의 복간이었다. 2006년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됐던 김경주의 데뷔 시집은 무려 29쇄를 거듭할 만큼 예외적 사랑을 받았지만, 절판됐다. 출판사가 문학 부문 출판을 접었기 때문이었다. 시인은 이런 고백을 한 적이 있다. "헌책방에서 우연히 첫 시집을 발견한 적이 있다. 가격표 아래 2천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누가 볼까 봐 가방에 넣었다. 그날 나는 자신의 시집을 훔친 시인이 되었다." 절판된 그의 시집은 어디서도 찾기 어려웠고, 시인에게도 '훔친 시집' 한 권만 남아있었다고 했다.
그러던 '나는…'이 다시 태어난 곳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읽고 싶은 절판 시집을 살려내는 이 출판사의 새 기획 '문학과지성 시인선 R'의 최초 4권에 '나는…'이 포함된 것이다. R은 복간(Reissue), 반복(Repetition), 부활(Resurrection)의 의미. 2012년 12월 부활한 자신의 첫 아이를 위해 시인은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었다.
"걱정스러울 정도로 뛰어난 시적 재능"(대산창작기금 심사평)이란 격한 찬사를 받으며 등단한 이 젊은 시인의 믿음은 "소리의 부활이 곧 문학의 부활". 묵독(默讀)이 독자들을 더 멀어지게 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시인이 10년째 계속하고 있는 시극(詩劇) 운동도 그 실천의 일환이다. 대형 서점의 사인회나 출간 기념 낭송회 말고 독특한 낭독 문화를 고민하다가 '이브닝 라임 vol.1…'을 떠올렸다.
착상은 라임(rhyme·압운)이었다. 라임은 그 나라 고유의 언어가 가지는 리듬이자 운(韻) 맞추기. 모국어의 속살과 언어의 리듬감에 누구보다 고민하는 사람들이 시인이고, 스스로를 '거리의 시인(street poet)'이라 부르는 힙합 래퍼 역시 라임이 주포(主砲)라는 점에서 교집합이 넓다.
시인은 "사람들은 시가 어렵다면서도 리듬감은 즐기는 것 같다"면서 "2030세대에서 시가 부활하려면 언어 자체가 가지는 감각을 복원하는 부흥운동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했다. 랩(힙합)의 입장에서 이번 공연은 폭력적이거나 천박하다고 폄하되는 사회적 시선을 해소하려는 노력이다. 김봉현 평론가는 "영시의 뿌리는 라임에 있고, 랩과 힙합의 기본 속성 역시 라임"이라면서 "일부 오해의 소지를 준 측면도 있지만, 사람들이 랩에 대해 가지는 편견을 없애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시인과 래퍼는 대략 70~80명 규모의 공연장에 양쪽 애호가를 절반씩 입장시켜 보기로 했다. 엄숙한 시낭송의 청중과 온몸을 던지는 힙합 관객이 모였을 때 어떤 풍경이 벌어질까. 이른바 '팔짱과 광란 사이'다.
※어디서 퍼왔는지 까먹었어요!ㅠ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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