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 못하는 반딧불이가 주는 한여름밤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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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아요!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
장애인 이야기를 다루는 동화는 그다지 드물지 않다. 하나의 소재 군으로 따로 분류될 수 있을 정도로 풍성하다고나 할까. ‘우리와 다른’ 존재에 대해서 이해하고, 어울려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한 교육적 배려를 읽을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런 배려 위에 문학적 감동이나 아름다움까지 덧입고 있는 작품을 대할 때의 반가움은 각별하다.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오자와 아키미 글·김동성 그림·김숙 옮김/비비아이들·9000원)처럼. 아름다운 한여름 밤의 정취를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반딧불이를 장애인이나 집단 따돌림 문제와 연결시킨 발상이 신선한데, 교사였던 작가의 실제 체험에서 나온 진심이 배어 있어 이야기는 더 곡진해진다.
항구마을 논이랑에서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반딧불이 무리들. 그런데 그 중 마리가 날개가 뒤틀려 날지 못한다. 그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의 슬픔과 기쁨, 절망과 희망, 친구 반딧불이들의 안타까움과 도움에 관한 이야기가 인간의 장애 문제와 겹치면서 잔잔하게 펼쳐진다. 잡힐 위기에 처한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 대신 스스로 아이들의 손 안으로 뛰어드는 친구 반딧불이. 걷지 못하는 동생에게 보여주기 위해 반딧불이를 잡아 가는 아이. 잡혀온 반딧불이를 기다릴 가족과 친구 생각에 돌려보내주는 동생. 곱고 뭉클하다.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감상적일 수도 있는 이 하늘하늘한 이야기에 밀도 높은 존재감을 주는 것은 일러스트다. 보석처럼 윤기 흐르는 깊은 초록색과 파랑색, 부드러운 검은색의 조화가 강력한 메시지에 날려갈 수도 있었을 이야기를 꼭 붙들어준다. 밤이 주요 무대라 동물과 인물을 거의 대부분 실루엣으로 처리하는데, 옅거나 짙은 그림자만으로도 반딧불이와 인간의 섬세한 감성을 섬세하고 다양하게 잡아낸다. 제 손등에 날아와 앉은 반딧불이를 놀랍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아이의 검은 옆모습과 그 뒤로 펼쳐지는 갯버들 가지들의 얽힌 모양새가 담겨 있는 페이지를 보자. 그 한 장면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소장할 만하다. 주제와 메시지를 떠나서라도,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여름밤 안으로 들어선 듯한 청량감만으로도 권할 만하다. 초등 전학년.
김서정/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동화작가 sjchl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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