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깐 만.....♡/책 읽 는 시 간

『미생(未生)』 - 윤태호

moon향 2014. 9. 24. 15:23

 

 

 

 

미생未生 윤태호 지음, moon향 읽음

 

 

만화책을 이렇게 진지하게 읽어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시절에 동네 허름한 만화방에서 큰오빠가 야구 만화니 축구 만화니 무협지를 빌려오면, 오빠가 집에 없을 때 몰래몰래 읽었었는데. 이번에는 친정언니가 사놓은 <미생>을 세 번에 걸쳐 빌려보았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과 중견 회사직원들에게 솔깃한 책일 것이다. Daum ‘만화속세상웹툰 1, 10억뷰 라는 놀라운 기록을 보유한 작품이기도 하기에.

 

바둑에서는 두 집을 만들어야 완생(完生)’이라 말한다. 두 집을 만들기 전은 모두 미생(未生)’ , 아직 완전히 살지 못한 말, 상대로부터 공격받을 여지가 있는 말이다. 사회라는 거대한 바둑판에서 두 집을 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치열한 직장생활 가운데 회사의 신입직원들로부터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전무, 사장 등등의 독특한 성격의 바둑알을 한 수 한 수 놓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바둑을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각 수마다 바둑 전문가의 해설도 수록되어 있다.

 

<TV, 책을 말하다>는 프로그램에서 윤태호(尹胎鎬) 작가를 처음 보았다. 눈빛이 맑은 그는 광주에서 태어났다. 헤어스타일 때문에 야구모자를 자주 쓴다고 한다. 허영만, 조운학의 문하에서 정식으로 만화를 배운 마지막 세대이다. 1993년 월간점프 비상착륙으로 데뷔하였다. 미생(未生)’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주인공 장그래는 초등학생 때부터 바둑을 시작하여 영재신동이란 소리를 들으며 한국기원연구생으로 생활한다. 바둑이 인생의 전부였던 그는 프로입단에 실패하게 된다. 때마침 IMF가 터지고 가세는 기운다. 군대 제대 후 후견인의 추천으로 무역회사에 낙하산 인턴으로 취직하지만 고졸학력이 걸림돌이 되어 정규직 사원이 될 수 없다.  '원인터내셔설 종합상사'에서 성실함과 번뜩이는 기지를 인정받는 2년간 파란만장한 계약직 사원의 스토리가 담겨져 있다. 결국 그의 멘토와도 같던 오상식 팀장이 종합상사를 나와 새롭게 차린 일터에서 콜을 받고 또 다른 삶을 시작한다. 완생(完生)의 삶을 향해. 그가 이렇게 살아있음을 갈구하듯, 나도 내 안에서 생존을 넘어서 꿈틀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 나 역시 살아있구나!^^;;

 

유명한 소설이 미디어로 바뀌면, 책과 영화 사이에 간격이 생기고 뉘앙스도 달라진다. 10월 중순에 드라마로 방영이 될 예정인 <미생>은 현재 요르단에서 현지 촬영 중이다. 우리나라 드라마와 영화를 통틀어 요르단 해외로케는 이번에 처음 시도되는 것이라고 한다. 책에서 느낀 감동이 드라마를 통해선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1987~93년까지 오래 방영되었었던 <TV손자병법>도 종합상사 자재과 직원들과 간부들의 이야기로 재밌었던 게 떠오른다~~ㅎㅎ

 

그의 고향인 광주에서, 상무지구 트라우마 센터에서 그의 강의가 곧 있을 거라고 한다.

 

 

 

 

 윤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