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기억
복효근
어시장 꽃게들이 트럭에 실려 떠난 자리
꽃게들의 다리가 널려있다
몸통은 어디론가 다 떠났는데
남은 집게다리는 아직도
지켜야 할 그 무엇이라도 있다는 듯이 꼭 아물려 있다 더러는
이쯤이면 됐다는 듯
무엇을 기꺼이 놓아준 표정이다
제 몸을 먹여 살렸던 연장이며
제 몸을 지키던 무기였던 것
종내는 제 몸을 살리기 위해
제 몸으로부터 스스로를 떼어냈을 터
몸통이 두고 갔거나
다리가 몸통을 떠나보냈거나
한 쪽 손을 두고 떠난 이주 노동자처럼
꽃게에게 마음이 있다면
집게발에 들어있을 것이다
끝까지 버틴 흔적,
그래서 남겨진 꽃게의 집게다리엔
슬픈 꽃무늬가 있다
—《불교문예》2015년 봄호
복효근 / 1962년 남원 출생. 1991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버마재비 사랑』『새에 대한 반성문』『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목련꽃 브라자』『마늘촛불』『따뜻한 외면』, 시선집 『어느 대나무의 고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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