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
비가 오면
땅 여기저기에
물이 고여요
눈동자가 생겨요
비가 오면
땅은
하늘에 무슨 일 있나?
눈을 떠서 보나 봐요
친구가 울면
내 마음에도
눈동자가 생겨요
무슨 일 있나?
비가 그쳤는데도
친구 얼굴이
오래 아른거려요
이장근 동시집『칠판 볶음밥』(창비)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을 먼저 열고, 아삭아삭한 사과나 방울토마토를 먹으면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아세요? 새콤한 과즙이 톡 터질 때면 엔돌핀이 '굿모닝!'이라고 인사를 하는 듯. 고슬고슬하게 막 지은 밥 위에 계란후라이는 필수죠! 땅콩을 넣은 멸치볶음과 잘 익은 김치, (시금치 나물이나 파프리카도 있다면 좋겠지만), 바삭거리는 돌김과 함께 밥을 먹고 요구르트 한 병 꼴깍 하면, 거울이 부르죠. 치카치카 끝내고 얼굴에 향기를 바르는데 문득 누군가 떠오를 때 있잖아요? 이장근은 200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파문'이라는 시로 등단했는데, 시 제목처럼 문학계에 파문을 일으킨 장본인이 되었답니다. 당시 시평을 보면 "그의 시는 평이한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독특한 시적비전에 의해 삶의 진지성과 감동을 준다." 캬!^^ 보편적으로 공감하는 주제에 독특한 개성을 녹이는 표현력이 돋보이네요.
이장근의 첫 시집『꿘투』에서 '계란 한 판'이라는 시를 읽다 보면 "청춘을 계란 한 판에 비유하다/ 바위를 떠올린다/ 맞아, 그땐 바위치기를 했지/ 깨졌지만 바위를 더럽혔다고/ 이기지는 못했지만 지지도 않았다고/ 비린내를 풍기고 다녔지/ 지금은 왜 바위를 치지 않는지/ 손에 쥐고 따땃하게 익혀 홀랑 까먹는지/ 두 번째 판의 삼분의 일이나 까먹은/ 내 몸에서 닭똥 냄새가 난다"고 하였어요. 그는 다음으로 동시집과 청소년시집까지 장르를 넓혔는데,『칠판 볶음밥』은 '철판 볶음밥'의 오타가 아니라 교실 아이들과 칠판에 볶음밥을 해서 나눠먹는 상상을 펼친 것이랍니다. 아~ 키팅 선생님 같은 시인의 심장을 갖고 싶어라! 권투에서 무수한 쨉을 날리는 선수처럼 후두두두 빗방울이 봄을 요란하게 알리네요? 작은 동그라미 큰 동그라미, 친구 얼굴이 아른거려요. 오늘은 접시 위에 방울토마토도 눈동자로 보여요. - moon향 올림⊙⊙
Hidden In The Heart / Michael Hop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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