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봄씨와 나무와 누구누구씨 - 유형진

moon향 2015. 4. 22. 12:37

 

봄씨와 나무와 누구누구씨

 

 

봄, 은, 짧, 고,

하, 루, 는, 길, 다

보, 라, 색,

바, 이, 올, 렛

제, 비, 꽃,

흰, 상, 여,

비, 하, 얀,

벚, 꽃, 비,

박, 하, 향

비, 읍, 취, 향

 

봄씨는 'ㅂ' 취향이구나

나무는 나무, 봄은 비읍

물어보지 않아도

히읗은 벚꽃의 취향

봄씨는 비읍을 좋아한다 무척

예를 들면

바이올렛

벚꽃

박하향

 

누구누구씨는

가슴이 뭉개진 두부처럼

막 떨어진 목련 꽃잎처럼

몽글몽글해진다

이럴 때 누구누구씨에게 아무라도

잠깐 눈을 맞추거나 손을 잡아주면

그는 막 울어버릴 태세

그대로 모든 물 쏟아내고

허물어질 태세

 

그러니까 누구누구씨는

봄씨와 아무 상관없고

 

'ㅎ' 모양으로 떨어져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하염없이 어디론가 날아가는

저 꽃잎들과 조금 관계 있는 정도

벚꽃잎과 봄씨와의 관계를 묻자면

나무를 서로 알고 있는 사이

 

나무는 오랜 세월

봄씨와 누구누구씨 때문에

늙지도 못하고 자란다

봄마다 검은 나이테를 만들며

비읍 취향도 아닌데

비읍을 그리며

봄을,

 

 

유형진 시집 <우유는 슬픔 기쁨은 조각보>

 

 

 

                                                           

유형진 시인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과기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피터래빗 저격사건>,

<가벼운 마음의 소유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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