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an Konstantinovich Aivazovsky
귀양살이
- 보길도에서
박두순
누가 나를 귀양 보내주면 좋겠네
거저 밥 먹이고 재워주니 얼마나 좋으랴
윤선도처럼 어부사시사 닮은 대작이나 쓰게
보길도에 와서 우습게도 이런 생각을 하다가
나는 귀양 갈 수 없는 인물임을 알았다
내 안에 든 게 뭐 있어야지.
물결은 왜 저리도 이랑마다 반짝이고
기슭은 왜 파도를 안아 어르는지
그런 것 하나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
귀양은 아무나 가나
죄 없는 자가
새 소리 물소리와 어울려 살라고 보내는 것이다
죄 없는 자라야 그 소리를 듣는다.
아직 나는 귀가 어두워
내 발밑에와 몸부림하는 파도와
바다의 고민을 알지 못한다
뜰을 다녀가며 꽃봉오리를 여는
바람 소리의 매듭 하나 읽지 못한다
때문에 나는 내 안에
갇혀 살 수밖에 없다
내 안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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