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생각
― 정완영(1919~ )
어젯밤 도란도란 상추비가 내리더니
오늘 아침 텃밭에는 파란 싹이 돋아났네
언제쯤 예쁜 속잎이 나비만큼 자랄까
엄마손 돌아간 데 어찌 아니 물오르랴
우물가 향나무도 장독대 밑 꽃밭에도
우리 집 장닭 꼬리도 윤이 잘잘 흐른다
하룻밤 자고 나면 하루만큼 봄이 오고
아버지는 밭갈이에 맨발 벗고 나섰는데
이 봄에 나는 뭘 할까 캘린더도 환하다
엄마 손길이 닿는 곳에는 물이 오르고 윤이 잘잘 흐른다는 표현도 절묘하다. 그렇다. 엄마가 물 길러 가는 우물가 향나무도, 엄마가 가꾸는 꽃밭도, 엄마가 돌보는 장닭 꼬리도 봄에는 엄마의 알뜰한 손길로 윤기가 난다. 이 동시조를 읽으면서 봄빛으로 환한 캘린더를 보며 '이 봄에 나는 뭘 할까' 새삼 생각해 본다.